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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23

거북이목을 한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는 아침(박세현 자전 산문집) 시를 대하는 시인의 임상적 태도, 솔직하게 드러내다 ‘거북이목을 한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는 아침’(박세현 자전 산문, 2020.06.20, 예서 발행) 이 책은 삶 자체를 픽션으로 보고자 하는 관점을 지속적으로 견지한다. 그래서 지은이 자신과 글 속의 h는 적당히 포개어지고 때로는 다른 인물로 분화되어 드러난다. 시를 대하는 시인 자신의 임상적 태도가 충분하게, 솔직하게, 까칠하게 드러나는 산문집이다. 시인 h는 나의 대역이자 뜬소문이다. 꿈이 깨어 있는 삶의 다른 해석이라면, 깨어 있는 삶 또한 꿈의 또 다른 해석이라는 르네 마그리트의 말은 내 성급한 문자들이 종이 위에서 꾼 꿈에 어울리는 해몽이 되어 주리라. (뒷표지) 시인 h를 통해 시에 대한 현실을 역설을 그린 산문집이다. [ 출판사 서평 ] 박.. 2023. 7. 28.
시가 되는 순간(예서의시 012, 강세환 시집) 예서의시 012 강세환 시집 시가 되는 순간 [ 책 소개 ] 삶의 순간과 시의 순간 그리고 시가 되는 순간 강세환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시가 되는 순간≫이 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삶의 순간이 시의 순간이 될 수밖에 없는, 시의 순간이 삶의 순간이 될 수밖에 없는,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과 직관(直觀)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삶의 순간과 그 시의 순간은 곧 어김없이 시가 되는 순간이 되었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형상화한 ‘허구(虛構)의 세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이 시집에서 돋보이는 시인의 새로운 문학 장(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시인의 폭넓은 시야와 삶의 현장과 시에 대한 일관된 태도 등을 곳곳에서 맞닥뜨릴 수 있다. 권말 인터뷰.. 2023. 7. 27.
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예서의시 011, 박세현 시집) 예서의시 011 박세현 시집 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 [ 책 소개 ]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가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대충 쓴 시를 나는 지지한다. 예컨대 [ 책 속으로 ] 나는 그것에 전념하리라 시가 아니라 오로지 시 비슷한 것만이 나의 것이다 바람 불 때마다 다시 태어나리라 이슬비로 가랑비로 정선 구절리 오장폭포로 내 집 앞에 나앉은 거지로 한 푼 줍쇼 무슨 소린지 모르고 썼는데 독자가 알아서 읽네 [ 출판사 서평 ] “‘시는 읽는 장르가 아니라 쓰는 장르’라는 확신을 실천하면서 박세현은 자기 속도로 시를 쓴다.”(차이, 문학평론가) “박세현은 한국시의 어떤 범주에도 귀속되지 않는 변방이자 동문서답이다.”(이심정, 시인) 박세현은 2020년에 출간한 두 권의 산문집을 통해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 2023. 7. 26.
거미는 홀로 노래한다(박세현 산문, 세상과소통하는지혜 001, 예서 발행) 스타카토식 발언들, 그리고 시에 대한 파편들 ‘거미는 홀로 노래한다’(박세현 산문집, 2020.05.15, 예서 발행) 이 책은 2015년에 출판한 저자의 ≪시인의 잡담≫과 성격상 짝을 이룬다. 일관되게 시에 관한 담론을 펼친다는 점이 그렇고, 산문다운 형태를 일그러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이 산문집은 장르 표지가 산문집이지만 일견 혼란스러운 외형을 가지고 있다. 스타카토식 발언들, 시의 파편들, 짧은 단락들, 자작 인터뷰들, 레제 시나리오 등이 뒤섞여 있다. 이종격투기 같은 글쓰기라고 하겠다. 이 책은 시인이 자기 시를 바라보는 관점 속에서만 온당함을 획득하는 독특한 소프트 웨어다. 시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저자는 차분하게, 충분하게, 솔.. 2023. 7. 25.
에르미따(이상규 추억시집) 사라진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은 사라지고 없다. 문학평론가 변학수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 시집에 대하여 고변한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이 책에 대한 소망을 담아 이야기한다. 고뇌하는 시인은 아름답다. 1978년 ≪현대시학≫에 를 발표하고 문단에 등단한 시인에게 지난 2018년은 문단 등단 40년이 된 해이다. 그동안 ≪종이나발≫(첫 시집), ≪대답 없는 질문≫(두 번째 시집), ≪거대한 낡은 집을 나서며≫(세 번째 시집), ≪헬리콥터와 새≫(네 번째 시집), ≪13월의 시≫(다섯 번째 시집), ≪오르간≫(여섯 번째 시집)을 펴낸 바 있다. 이 시집들을 바탕으로 하여 ≪에르미따≫는 탄생하였다. 곧 이상규 시인의 추억시집이다. 시인은 이 추억시집이 마지막이기를 바랐다. 문학과 예술을 더 더렵혀.. 2023. 7. 22.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기행에세이, 사진에세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나는 시가 알려줄 거라 생각했다 오늘도 고독의 바위를 굴리며 시의 산정을 오른다 암호로 이루어진 시 해석은 버려야 할 때 시는 어렵다. 짧은 글 안에, 단어 하나하나마다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그 의미는 또한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 문학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쓰고, 읽는 이유는 그 폭넓은 해석의 가능성과 짧은 글에서 느끼는 무한한 감동 때문일 것이다. 하나하나의 장면을 제시하는 소설과 달리 시는 몇 개의 단어만으로 풍경화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 그림이 수묵화가 되느냐 유채화가 되느냐는, 그 이야기가 러브 스토리가 되느냐 역경에 찬 한 인물의 전기(傳記)가 되느냐는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 2023. 7. 11.
여담(박세현 경장편) 시를 응시하는 시인의 태도를 문자로 타이핑하는 유사소설 이 책은 굳이 갖다 붙이자면 에세이픽션이나 오토픽션으로 불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어느 개념에도 사이좋게 부합되지 못한다. 소설이라 규정하기 헐겁거나 까다로운 지점에 텍스트가 걸쳐 있다. 소설을 쓰겠다는 시인 ‘나’는 마지막까지 소설을 한 줄도 쓰지 못한다. ‘나’의 고민은 소설이 아니라 소설을 싸고도는 막과 같은 현실을 또 하나의 픽션으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소설을 쓰겠다고 중얼거리는 그 자체가 소설의 중심이자 증상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 소설은 시를 응시하는 시인의 태도를 문자로 타이핑하는 유사소설이다. 경장편은 거기에 붙인 가짜 시그니처다. [ 책 속으로 ] 나는 왜 이런 글을 썼는가. 모른다. 모른다는 사실만이 나의 대답이다. 소.. 2023. 5. 15.
난민수첩(박세현의 시와 한 편의 롱테이크) 자기 시대를 상실하고 자기 문학의 의제마저 착취되었다면 그는 난민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제목이 말하듯이, 이 시집은 시인 자신을 난민의 위치에 둔다. 자기 시대를 상실하고 자기 문학의 의제마저 착취되었다면 그는 난민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어디로 갈 것인가. 무엇을 써도 자기 표절로 끝난다. 새롭게 써도 시효의 벽에 부닥친다. 마이크 꺼진 뒤에서 중얼거림은 시인에게만 들려온다. 이 시집은 평생을 문학에 기대어 살아온 시인이 마주하게 된 난민적 경계에 대한 작문이다. [ 책 속으로 ] 주민증 제시하세요 왜요? 선생님은 무단횡단자입니다 건널목 아닌 데서 건너면 어떡한답니까? 경찰이다 집사람은 두고두고 말한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야 [ 출판사 서평 ] “시를 잘 쓴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시인이 품고 있는 근본적인.. 2023. 5. 9.
시의 첫 줄은 신들이 준다 제2권(강세환 산문집) 시를 향한 반복적인 사유와 열정 강세환 시인의 산문집 ≪시의 첫 줄은 신들이 준다≫ 제2권(예서, 2023)이 출간되었다. 제1권에 이어 제2권인 이 산문집에서도 시에 대한 반복적인 사유와 열정은 변함이 없다. 시인은 이 산문집이 ‘굳이 산문집이라 일컫지 말고 그저 잡문 나부랭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이 막대한 사유와 열정은 이미 그 어떤 잡문 나부랭이를 무너뜨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이 시에 대해 간간이 자문자답하는 이 독특한 형식만으로도 잡문 운운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마침내 이 산문집은 시에 관한 때때로 한국 사회에 대한 기존의 ‘어떤 틀을 벗어나기 위한’ 반복적인 사유의 과정이며 절정이며 그 어떤 역량의 기록물일 것이다. [ 책 속으로 ] 제1권에 이은 이 산문집 .. 2023.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