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건강__박세현의 시
시집의 제목은 제비뽑기로 결정했는데 이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 시인의 말 ] 그에게 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꾸다 만 꿈, 헛꿈, 착각, 웃음 끝에 매달린 울음, 아직 안 주무셨어요? 이런 물음들. 밑 빠진 독에 물붓기, 무단횡단, 틀리게 말하기, 선상반란, 언어가 수습하지 못한 공터, 내란음모, 먼저 가보겠다며 일어선 누군가의 빈 자리, 꿈과 현실의 이음새, 영혼의 노숙, 수유천의 물소리, 그러나 시는 무모하다. 그래서 그는 쓴다.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기 위해 서행하는 전철 기관사의 운행방식을 참고하면서 쓴다. 그가 쓰지 않아도 다른 시인들이 시를 팡팡 써내면서 시단이 풍성하게 굴러갈 것이 걱정되어 그는 (농담처럼) 쓰기를 멈추지 못한다. 독자가 바야흐로 시인을 위로하는..
2024.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