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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4

비평의 오쿨루스: 우리 시대의 시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김정남 평론집) 오쿨루스와 같은 심안 : 우리 시대 시와 문화에 관한 비평의식 담아 오쿨루스(ócŭlus). 라틴어로 눈(眼), 시력, 관찰력이란 뜻과 함께 심안(心眼)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로마 판테온의 돔 정상부에 있는 원형의 개구부로 우주를 뜻하는 돔과 함께 태양을 상징한다. 창문이 없는 판테온은 오로지 오쿨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내부를 밝힌다. 모든 예술은 벙어리라는 노드롭 프라이의 오래된 명언을 떠올린다. 비평은 작품의 입이 되어 무명의 어둠을 밝혀주는 작업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쿨루스와 같은 심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작품 속 캄캄한 우주를 밝히는 한 줄기 빛은 비평의 눈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평론집의 제목을 ≪비평의 오쿨루스≫라 명명한 것이다.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 2023. 7. 18.
분석가의 공포 돛대에 몸을 묶고 사이렌의 노래를 듣는 율리시즈의 부릅뜬 두 눈은, 고통과 희멸에 벌어진 입은, 말한다. 들어라, 가능한 한, 많이, 귀 기울여 들어라. 그러나 빠져들지는 말라. 사이렌에 대항한 율리시즈(오디세우스)의 영웅담은 유명하다. 율리시즈는 사이렌의 노랫소리에 대항하기 위하여 선원들에게는 솜으로 귀를 막고, 자신은 돛대에 몸을 묶은 채 그녀의 노래를 듣고도 유혹을 이겨내어 위기를 넘긴다. 여기서 율리시즈는 비평가에 비유된다. "그런 의미에서 율리시즈는 또한 분석가들의 아버지가 아닐 것인가. 그는 말한다. '들어라, 가능한 한, 많이, 귀 기울여 들어라. 그러나 빠져들지는 말라'고"(28쪽). 비평가는 문학이라는 허상에 귀를 막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 환상에 빠져들어서도 안 된다. 기둥에 몸을 묶.. 2023. 7. 17.
징후와 잉여(작기와비평 04, 이재훈 평론집) 시에 대한 생각과 시인 읽기와 시집 읽기 이 책의 제목은 ‘징후와 잉여’이다. 현대시를 일별하면서 체감한 시에 대한 사유를 모았다. 시에 대한 생각과 시인 읽기와 시집 읽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이를 통해 현대시의 징후의 끝자락을 엿보는 작업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제1부는 다양한 주제로 현대시를 읽은 평론을 모았다. 신화적 상상력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에도 공부 중에 있는 주제이다. 현대시의 징후와 담론에 대한 생각, 현대시가 가진 잠재성에 대한 생각, 시에 드러난 시간에 대한 생각을 풀어 놓은 평론들을 소개한다. 시운동 동인은 필자가 습작 시절부터 지금까지 애독하는 시인들이며 동인지를 분석하면서 이들의 청춘을 엿본 것 같은 마음에 오랫동안 달떴다. 오랫동안 문학 매체의 편집자로 일.. 2022. 10. 21.
낯선 시간 길들이기(윤정용 평론집, 작가와비평03) 책, 영화, 음악, 미술, 연극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 평론집 “코로나는 ‘일상적 삶의 붕괴’와 ‘사회적 유대 관계의 균열’을 가져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적 삶과 사회적 유대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일상적 삶은 미적인 경험을 통해 구성되고 지속되며, 사회적 유대를 통해서야 인간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여전히 코로나라는 낯선 시간 속에서 예술이 그 균열된 사회적 유대를 다시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금은 분리된 예술과 사회의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절박한 순간이다.” 거의 2년 가까이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여전히 낯선 시간으로 다가온다. 이 낯선 시간에 길들여지기보다는 낯선 시간을 길들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의 제목.. 2022.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