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음에 대한 기록
시를 쓰는 동안 시인이 만나는 것은 시가 아니라 자신의 공백이다.
여긴가 하면 여기가 아니고 저긴가 하면 저기도 아닌 생소한 곳에서 어색한 생각으로 그는 다시 태어난다.
하염없음은 그러므로 시의 도착점이 된다.
이 시집은 꼭 쓰지 않아도 되었을 듯한 하염없음에 대한 기록이다.
시인이 자신의 시를 지나가는 순간이다.
[ 책 속으로 ]
그의 시를 못 본 지 오래다
십년? 더 된 듯하다
잘 나가던 시인이다
오늘은 그가 궁금하다
진정한 시인이라면 흔적 없이
증발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중얼중얼
여기저기 수소문했더니
그는 잘 살고 있다고 전했다
순간적으로 암전되는 느낌적 느낌!
서가에서 그의 시집을 뽑았다
모르긴 몰라도
그를 다시 읽을 일은 없겠다
健幸을 빈다
―<그> 전문
썸은 무슨 뜻인가요?
(귓속말로) 썸은 썸이지요.
―뒷표지 글
[ 시인의 말 ]
모호성, 추상성, 불확정성,
불명확성과 같은 의미의 망설임이야말로
언어의 썸이다.
그것을 그것이라 말해도
그것에 이르지 못하게 흔드는 언어의 슬립은
인간을 한없이 외롭게 만든다. 거의 영원히
우리는 그런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
반은 거짓말로 반은 참말로.
[ 차례 ]
3
거의 모르는/ 이런 삶/ 述而不作/ 좋아요/ 가을의 맨살/ 클린트 이스트 우드/ 뭉게구름/ 정선국제공항/ 미발표의 나날/ 숙련공의 슬픔/ 나에게 중얼거린 말/ 소설역/ 벚꽃 지는 날
1
저녁의 말/ 소설가와 앉아서/ 오규원/ 카페 오데사/ 이 시각 주요 뉴스/ 난데없는 경사/ 낮달맞이꽃/ 事實無根/ 양을 세듯이/ 소묘/ 한번도 작곡되지 않은 음악에 몸을 맡겨야지/ 이하 생략
4
봄날의 시/ 의문문인가 경탄문인가/ 나를 상상한다/ 저녁/ 시쓰기 전 손풀기/ 희미해서 좋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흑백사진 같은/ 청명이라지만/ 시에 관한 거의 모든 것/ 그녀의 말이 아니었다면
2
나는 끄적거린다/ 사월 마지막 밤/ 우선 커피를 마셔야겠다/ 시에 무슨 성공이 있겠는가/ 독주자/ 마음 없이 산다/ 막다른 골목에서/ 부질없음에 대하여/ 밥통/ 오래된 시집/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 그
▨시인의 뒷말
[ 지은이 박세현 ]
박세현은
경장편 ≪여담≫과 시집 ≪난민수첩≫을 썼다.
그는 영진항에서 커피잔을 들고 있거나
모르는 사람과 농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를 안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뜬소문이다.
[도서명] 썸
[지은이] 박세현
[펴낸곳] 경진출판
변형국판(128×210) / 128쪽 / 값 12,000원
발행일 2023년 12월 20일
ISBN 979-11-92542-70-6 03810
분야: 문학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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