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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

엄마, 수국을 보내드릴까 합니다

by 양정섭 2023. 2. 13.

신은 모든 곳에 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누군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이들은 알 것이다. 
그 슬픔과 안타까움, 후회와 회한이 얼마나 큰지. 그 그리움이 얼마나 붉은지.
이 시집은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선연한 그리움과 슬픔으로, 밀려오는 어머니의 삶의 궤적을 자연스럽게 회상하며, 마음에 일렁이는 무늬와 나아가 종교적 흔적을 시적 형상화로 표현하고 있다. 사랑이 참 깊으셨던 어머니. 신앙이 참 깊으셨던 어머니. 일련의 시들에서 어머니의 삶을 통하여 절대자에게로 견고히 나아가는, 어머니의 돌아가심을 통하여 지상 너머의 세계, 곧 영원한 생명으로 새롭게 나아가는, 청유를 담아 기도하는 마음에 닿고자 한다. 
그리움 그건. 목도하는 현실의 장에서 어머니의 존재는 시공간 속으로 소멸해버렸으나, 기억의 흐름 속에서 어머니는 계실 때보다 더 계심으로 애절하게 반추하며 못 다한 사랑에의 죄스러움으로 울고 또 울고 있다.

“낙화의 꽃잎 곱게도 포개져/ 주일 그 아침 햇살이 이고 가신 즈음/ 동물처럼 울며 지상의 벽을 더듬었지요./ 우리 모두 못 다한 말 많아/ 우리 모두 못 다한 사랑 많아/ 또 봄이 온다면 또 꽃이 핀다면”(<그리움> 전문)

그러한 어머니께서 남기신 것이 ‘사랑’이다. 유대 격언에 “신은 모든 곳에 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표현이 있다. 어머니의 존재를 함축하는 것은 ‘모성’, 곧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절대자의 함의(含意), 곧 사랑을 직조하신 분이 모성의 어머니라고 시인은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선물>이라는 시에서 “엄마가 주신 마지막 선물은 엄마의 일생인 듯합니다./ 고단하셨지만 참아받은 헌신의 일생”이라고 시인은 회상한다.

“엄마 아프실 때 엄마를 위하며 살고 싶었어요.// 제단에 제물처럼, 그랬으면 싶었어요.// 포도나무에 가지처럼, 그랬으면 싶었어요.// 당신의 함의(含意) 직조하신 모성의 엄마께요.”(<사랑의 또 다른 이름> 전문)

이 사랑을 관통하는 본질은 이타적 사랑이라 본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사랑하신 사랑, 곧 인간을 사랑하시어 온 삶과 십자가의 죽음으로까지 모든 것을 내어주신 사랑이 그것이다. 시인은 <두레박>에서 “십자가서/ 사랑으로 못 박힙니다.// 십자가서/ 사랑으로 못 자국 생겨납니다.// 사랑은 우리를 위하심이지요./ 사랑은 서로를 위하라이지요.”라고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신 예수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부활, 곧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었다. 이 사랑은 우리도 온전히 내어주는 사랑의 삶을 살아가도록 깨친다.

“살아갈수록 사랑이 생긴 모양에 대한 질문 인다.// 오늘 만난 이는 십자가서 2000년 못 박혀 있었다.// 짓이겨진 피땀 흘리던 그 닦아주는 향기가 곳곳서// 참 사랑 그, 때문. 사랑할 때는 예수 그리스도 때문.”(<떡잎> 전문)

사랑은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그 실천에서 너무나 어렵겠지만 명료해지는 답은 예수를 닮는 사랑으로 모아진다. 예수는 말씀하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4~35) 그 사랑은 고초더라도 이웃과 함께하기를 요청하고 그것은 부산한 세상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요구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참 사랑 때문으로 이를 따르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곳곳서 아름답게 유영하고 있다. 희생과 헌신, 봉사와 인내 속의 자발적 사랑. 공동선을 위한 연민, 연대로 존재에의 환대. 이것들을 실행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참 사랑 아닐까?

“세상에 왔다가는 흔적은 사랑일 거예요. 그분 앞에 갖고 가는 것도 사랑일 거예요. 엄마의 유품인 사랑을 담는 깊음이 되려고요.”(<반지> 부분)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생명의 여정에서 남겨지는 것은 사랑의 흔적일 것이고 절대자 앞에 서게 될 때도 사랑의 꽃다발을 드려야 하기 때문으로, 인생의 화폭에 깊은 사랑을 그리려 한다. 

“문 밖 한기 아래 나무같이 서 있었어요.// 종일// 시를 써내려가겠다고요 뚝뚝 떨구는 한 장 한 장// 시어(詩語)// 삶은 무거운가요, 삶은 아름다운가요.// 고통으로 눈망울에 설운 때// 진심이고 싶어요.// 연둣잎”(<글짓기> 전문)

이 시집은 지은이 나름의 고유한 시선으로, 내면에 투영되는 일렁임을 시적 형상화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고유한 시선이 종교에 닿아 있을 때가 많다. 작가의 종교는 가톨릭이다. 따라서 복음적 시선이라 할 수 있고 이는 마음의 시선이다. 시에서 마음에 보이는 무늬를 종교적 시선으로 길어 올려 문학적으로 새롭게 표현하여 울림을 줄 수 있기를 희구하고 있다.
기도에서 길어 올린 시. 이 시집은 ‘사랑’의 시집, ‘기도’의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가 남기신 사랑의 흔적을 반추해 가며 그 사랑, 곧 모성은 절대자의 사랑의 속성을 띤 이타적 사랑과 닮아 있음을 감지한다. 인간을 사랑하시어 온 삶과 십자가의 죽음으로까지의 예수. 이 사랑, 곧 이타적 사랑은 헌신과 희생의 삶. 타인을 귀히 여기고 온전히 모든 것을 내어놓는 사랑. 존재에의 환대일 것이다.
어머니의 생사를 조우하며 만난 사랑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참 사랑의 면면이 곡진한 진심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시는 겸손히 빛나겠다.

 

엄마, 수국을 보내드릴까 합니다(이채현 시집, 경진출판 발행)



[ 출판사 서평 ]

이 시집은 지은이 나름의 고유한 시선으로, 내면에 투영되는 일렁임을 시적 형상화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고유한 시선이 종교에 닿아 있을 때가 많다. 작가의 종교는 가톨릭이다. 따라서 복음적 시선이라 할 수 있고 이는 마음의 시선이다. 시에서 마음에 보이는 무늬를 종교적 시선으로 길어 올려 문학적으로 새롭게 표현하여 울림을 줄 수 있기를 희구하고 있다.
기도에서 길어 올린 시. 이 시집은 ‘사랑’의 시집, ‘기도’의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가 남기신 사랑의 흔적을 반추해 가며 그 사랑, 곧 모성은 절대자의 사랑의 속성을 띤 이타적 사랑과 닮아 있음을 감지한다. 인간을 사랑하시어 온 삶과 십자가의 죽음으로까지의 예수. 이 사랑, 곧 이타적 사랑은 헌신과 희생의 삶. 타인을 귀히 여기고 온전히 모든 것을 내어놓는 사랑. 존재에의 환대일 것이다.
어머니의 생사를 조우하며 만난 사랑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참 사랑의 면면이 곡진한 진심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시는 겸손히 빛나겠다.


[ 책 속으로 ]

<이별>

베갯잇에 눈물이 고입니다.
뉘셨던 침상 곁이면 

낯익은 손발의 감각으로 나무
꼬옥 껴안고 싶습니다.

옥빛 잎 도란도란 가슴팍으로
포옥 안아주세요.


<지음(知音)>

나와 나
나와 그대들
잰 걸음.
사람과 사람 사이
그저 친구라면 좋겠어서
친구.
하얀 눈발 같은 안개꽃을
점점이 써서 부친 어느 날들.
엄마한테서 답이 왔다.
그리고 봄날 어느 날 터지는 꽃나무 아래 학, 너희를 종이 아니라 친구라고 부르겠다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정중한 사랑이 왔다. 그 하얗게 날아 살 수 있겠어.

*지음(知音):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의 비유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놓아버리고 싶을 때 내밀어 붙들어주시어 눈물은 자라며 밤을 수놓으며 어찌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하고요.

아침 햇살이 빛나는 이파리 한 장 한 장을 봄 속에서 떼어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 시인의 말 ]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그 부재는 그리움과 슬픔, 고독의 섬세함으로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온 삶의 궤적을 회상하게 하였습니다.
그 길에서 만난 것이 ‘사랑’이었습니다. 유대 격언에 ‘신은 모든 곳에 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존재를 함축하는 의미는 모성, 곧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지요. 이 사랑을 관통하는 본질은 이타적 사랑이라 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사랑하신 사랑, 곧 인간을 사랑하시어 온 삶과 십자가의 죽음으로까지 모든 것을 내어주신 사랑이 아닐까요? 이는 부활, 곧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참 신앙이 깊으신 분이셨습니다. 사랑이 참 깊으셨지요. 희생과 인내의 삶이셨습니다. 
마음에 일렁이는 무늬와 나아가 종교적 사랑의 흔적을 시적 형상화로 표현한 일련의 시들이, 기도하는 마음에 감히 닿을 수 있다면 시는 겸손히 빛나겠습니다. (이채현)


[ 차례 ]

[작가 인터뷰] 기도와 사랑의 시 혹은 침묵

제1부 그리움
흔적/ 깊은 사람/ 십자나무꽃/ 마지막 선물/ 이 봄/ 사랑의 또 다른 이름/ 밤꽃/ 이별/ 32
그리움/ 먹먹함/ 반지/ 장미꽃다발/ 기도송이/ 나무꿈/ 소녀/ 귓불에 드리고 싶은 말/ 엄마의 눈물/ 빈손/ 엄마 떠나시고

제2부 하얀 바구니
사슴/ 수(繡)/ 한가위/ 마음밭/ 밤송이/ 산길/ 선물/ 꽃삽/ 나목/ 보고 싶다/ 흰 눈/ 봄 그리는 숲/ 글짓기/ 연필/ 단발머리/ 나마저 없는/ 지음(知音)/ 꽃샘추위/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제3부 풀꽃
당신을 읊조리기만 하여도/ 심연/ 기다림/ 하얀 국화/ 두레박/ 담쟁이/ 생존/ 고해성사/ 떡잎/ 농부/ 은하수/ 착한 목자/ 뿌리/ 귀띔/ 깨어/ 마뜩한 볕/ 눈(眼)/ 참회/ 우리

제4부 작은 새
가신 길, 엄마/ 생명/ 잎/ 열매/ 작별 인사/ 홍엽/ 좋은 날/ 석류/ 봄나무/ 사랑한다면/ 얘야/ 가시었어도/ 화장/ 동행/ 끼니/ 흰 꽃다발 두고 나오며/ 님/ 다시 파아란 가지/ 기도


[ 지은이 이채현 ]

1964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1988년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그대에게 그런 나였으면≫, ≪하늘에서 꽃이 내리다≫, ≪사랑한다면≫, ≪밤빛≫, ≪기린 같은 목 사슴 같은 눈≫, ≪마음 풀밭 꽃밭 삶≫, ≪봄벗≫, ≪나무의 기도≫가 있고, 수필집으로 ≪자박자박, 봄밤≫이 있다.


[도서명] 엄마, 수국을 보내드릴까 합니다
[지은이] 이채현
[펴낸곳] 경진출판
변형국판(140×210) / 112쪽 / 값 10,000원
발행일 2023년 02월 25일
ISBN 979-11-92542-23-2 03810
분야: 문학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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