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극장 너머의 인간극장, 그리고 어머니 이야기
이 책은 <집회서>의 한 문장을 인용하며 첫 페이지를 연다.
“얘야, 네 부모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집회서> 3장 12절)
어머니 효심은 졸지에 남편을 잃고 청상이 된다. 친구인 숙희의 가게를 도우며 홀로 삼남매를 키워 낸다.
장성한 삼남매는 짝을 찾아 가정을 꾸리게 되고 어머니는 집을 팔아 자식들의 보금자리를 꾸려준다. 그렇게 삼남매를 떠난 보낸 어머니는 전셋집을 얻어 홀로 지내게 되는데….
남편처럼 의지하고 살았던 큰아들 상길이 운영하는 치킨집이 어려워지면서 어머니에게 손을 벌린다. 어머니는 전세 보증금을 빼서 큰아들에게 주고는 월세 집으로 나앉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뇌출혈로 쓰러진다. 어머니는 긴 수술 끝에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자, 삼남매는 병원비로 언쟁을 벌인다.
병원에서 퇴원한 어머니는 뇌출혈의 후유증으로 반신불수가 되고, 큰아들 상길네 집에서 기거하기에 이른다. 그로 인해 상길은 처 희선과 싸우게 된다. 고민 끝에 상길은 동생들과 어머니의 거처 문제를 놓고 상의한다. 모여 앉은 삼남매는 의논 끝에 한 집에서 4개월씩 모시는 것으로 합의하게 된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합의한 대로 삼남매의 집을 옮겨 다니며 생활한다. 자식들과 지내게 된 어머니는 품 안에 자식이라는 말처럼, 자식은 이미 어머니의 품을 떠나 한 가족의 공동체를 이끌어 가야 하는 또 다른 가족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어머니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자식들이 가정을 소중하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바라보는 것이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인식한다. 결국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머니는 자신의 남은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되찾아 일터로 다시 나가리라고 결심한다.
험한 세상 속의 울타리 가족!
그 가족들의 변질 과정과 민낯을 낱낱이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감성소설
건강했던 어머니가 어느 날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그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만만치 않은 병원비와 병석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두고 갈등을 빚는 삼남매를 보며 우리는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가족’이란 공동체에 대한 정의를 우리는 내릴 수는 있는가.
아옹다옹하며 살아가는 ‘가족’이란 공동체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평생을 희생해 온 어머니의 질병 앞에서도 우리는 돈을 먼저 생각하는 자식들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시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도 우리는 너무나 변절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어느 자리에서든 자식들을 위해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어머니들의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작가의 말 ]
바람이 몹시 거친 새벽,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래놓고. 커피포트에 물을 끓입니다. 커피를 탄 머그잔을 들고 창가 의자에 앉습니다. 날이 밝지 않은 창밖은 온통 먹빛입니다. 그 어둠을 바라보며 커피잔을 감싸 쥡니다. 따뜻합니다. 어머니의 품처럼. 그러자 어디선가 “외할아버지한테 편지 다 썼니?” 하고 묻던 어머니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너무나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탓에 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항상 젊은 ‘엄마’의 모습만이 떠오릅니다. 나이 드신 제 어머니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가 그리울 때면 이웃에서 혹은 길에서 마주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제 어머니를 찾아봅니다. 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시는 어르신의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에서,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계신 합죽한 얼굴에서, 시장통의 노점에 앉아 쪽파를 다듬고 있는 옹이 박힌 손에서, 머리에 무언가를 이고 가는 굽은 등에서.
‘어머니’라는 이름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합니다. 그 ‘가슴 뜀’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몇 번의 계절이 순환되었습니다. 소설 ‘어머니’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많은 날을 아쉬움 속에서 머무적거릴 것 같습니다.
항상 힘이 되어 주는 가족들, 여행길에서 슬며시 손을 잡아 주던 며느리의 자그마한 손의 온기, 어느 시간이든 상관없이 밑반찬을 싸들고 달려와서는 이야기 보자기를 풀어 놓는 벗, J. 친정엄마처럼 늘 끼니를 챙겨 주는 대모님, 철마다 깻잎·풋고추·감자·고구마 등등을 보내 주는 수녀님, 분단의 비극으로 가족이 된 구관호 작가님. 이분들이 있어서 삶의 투정도 부리고, 엄살도 떱니다. 고마움과 그리움을 전합니다.
새벽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곧 환한 빛이 세상을 밝힐 것입니다. 바람 끝이 유순해지기를 기다리며.
[ 추천의 글 ]
어머니는 위대하다. 이미 알고 왔던 사실이다. 전부터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도. 무엇보다 그 위대함이 항상 우리에겐 절실하다는 것 또한 그렇다. 힘들고 고된 세상에서 유일한 절대적인 안식처. 우리의 삶에 단 하나이자 모든 것. 고맙고 미안한 마음만 드는 오직 단 한 사람. 소설 속의 고단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위로받은 마음이다. 조용한 울림이 인다. ‘어머니’, 그 다음 말은 항상 생각나질 않는다. (배우 김무열)
세상에 나를 존재하게 만든 어머니…. 현대화에 어머니상도 많은 변화가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가슴 한쪽을 먹먹하고 절절하게 하는 이가 어머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어머니를 박민형의 소설 ‘어머니’를 통해 또 한 사람의 어머니를 만났다. 책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갈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벅찬 눈물이 차올랐다. 읽는 내내 가슴 아프고 눈시울이 뜨거웠던 것은 나 또한 그런 어머니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어리석고 이기적인 변명으로 내 일상을 챙기기에 급급한 나의 못남까지 품어주는 어머니께 당장 달려가고 싶다. 그래서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아주 많이… 많이. (배우 오지영)
어머니의 무한한 희생을 당연시 여겨왔던 나는 어머니라는 존재는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소설 속 ‘효심’을 만나면서 어머니라는 세 글자가 내 가슴속에서 메아리친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서 건강하게 계시는 어머니께 감사하다. 어머니가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 드리고 대화도 많이 하고 싶다. 그냥 가족이던 어머니를 내 삶의 소중한 존재로 다시 느끼게 해준 소설 ‘어머니’는 나처럼 어머니를 당연한 존재로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를 이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꼭 읽어봐야 하는 선물이다. (가톨릭 평화방송 프로듀서 정병창)
[ 차례 ]
1. 가장 사랑하는 것이 최대의 적이다
2. 무너진 자존심
3. 우리도 한때는 이렇게 푸르고 싱싱했던 날들이
4. 어떤 간절함 같은 것을
5. 상길네, 그 모든 것을 놓을 수 있었는데
6. 준길네,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7. 미라네, 자식들의 집을 전전하지 말고
8. 어머니, 아무 곳에서나 불러도 되는 이름이
9. 어머니
[해설] 가족극장 너머의 인간극장, 혹은 어머니 이야기
: 박민형의 <어머니>론 (박진영 문학평론가)
[ 지은이 박민형 ]
1996년 ≪월간문학≫에 단편 <서 있는 사람들>로 소설 부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침묵과 함성≫이 2000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 수상작에 선정되었으며, ≪4번 출구는 없다≫(2011), ≪달의 계곡≫(2018), ≪달콤한 이별≫(2020) 등을 펴냈다. 또한 ≪별똥별≫(2019, 단편소설집)을 출간하였다.
그 밖에도 2003년 KBS 악극 <빈대떡 신사>, 2007년 CPBC 창사 특집 드라마 <강완숙>, 2010년 <동정 부부 요한 루갈다> 극본, 2013년 뮤지컬 <롤리폴리> 각색, 2019년 CPBC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다큐 3부작 드라마 극본, 2019년 연극 <깻잎 전쟁>의 희곡을 발표했다.
[도서명] 어머니
[지은이] 박민형
[펴낸곳] 예서
국판(148×210) / 288쪽 / 값 14,000원
발행일 2022년 04월 20일
ISBN 979-11-91938-07-4 03810
분야: 문학 >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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