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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출판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박용재 시집, 예서의시014)

by 양정섭 2021. 12. 31.

와인은 천천히 리듬을 타며 듣는 재즈 같다

이 시집은 박용재 시인이 1987년부터 홍콩부터 2019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여행에 발목 잡히기 전인 인도까지 30여 년간 일과 여행으로 만난 세상 사람, 공간, 예술, 그리고 개인적인 추억을 담은 여행시집이다.
지은이 박용재 시인은 코로난 팬데믹으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서재를 정리하다, 일과 여행에서 메모해둔 여행 기록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옛 여행지의 추억을 생각하며 지난 30여 년 동안 수첩에 기록된 것들을 정리하면서 과거로의 상상 여행을 떠난다. 이 시집은 시인이 남긴 발자취들을 생각하며 쓴 여행 시집이다.
시인은 그리스에서 신(神)에게 질문하고, 런던에서 현대미술을 묻고, 뉴욕에서 재즈에 빠진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연극, 뮤지컬, 그림 등 다양한 여행 경험을 하게 된다. 시인은 이 시집에 인문적인 시각으로 시를 쓴다. 이 시집은 시인 찰스 부코스키로 LA를 만나고, 옛 돼지우리였던 카네기홀을 만나고, 셰익스피어의 런던을 만나고, 바흐와 베르돌트 브레히트로 베를린을 만나든 등 예술가와 여행을 교차시킨 점이 특징이다.

이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00편의 여행시들이 실려 있다.
제1부 ‘가난한 신의 노래’에서는 <밍글라바> <보리수나무> <맨발의 처녀들> 등 미얀마와 인도 여행 시편들이 실려 있다. 순박한 미얀마의 사람들의 일상과 파고다(사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도문화에 대한 시들이다. 경제적으로는 가난한 나라라 불릴지는 모르지만, 영적으로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인도에서는 타지마할을 소재로 사랑과 권력에 대한 질문을 해보았다.
제2부 ‘지구인의 노래’에서는 주로 미국과 브라질에서의 추억과 기억을 담은 시 <뉴욕> <지구인> <산토스 해변> 등이 실려 있다. 특히 뉴욕에서 뮤지컬과 연극 공연을 본 후 재즈클럽에서 보낸 시간들과 좋아하는 재즈에 관한 추억을 담은 연작시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가 실려 있다. 재즈와 더불어 빌리 홀리데이, 아레사 프랭클린, 엘라 피츠제럴드, 스탠 게츠 등등 아티스트들에 대한 감흥이 시적으로 녹아 있다.
제3부 ‘여행자의 노래’는 유럽 여행의 이야기들로 파리, 런던, 아비뇽, 베를린, 취리히,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크, 코펜하겐, 오덴세에서의 일기와 추억을 담은 시들이 담겨 있다. 여행 현장에서 만난 작가들의 삶과 문학의 흔적을 담은 <책>(조지오웰), <행복한 죽음>(자크 프레베르), <시인>(푸시킨), <칼프>(헤르만 헤세) 등의 시편들이 실려 있다. 또한 <바흐를 마시며 맥주를 듣다 1> 등의 시들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에 우리의 DMZ을 오버랩시키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제4부 ‘아시아의 노래’는 아시아와 호주 여행의 추억을 시로 담았다. 교토에서 윤동주를 추모하고(<교토에서 1>), 산동에서 공자의 말씀을 만나고(<곡부에서>), 삿포로에서 ≪빙점≫의 작가 미우라아야코의 삶의 흔적을 만나고, 시안(西安)에서 공연화된 시인 백거이의 <장한가>를 만나 느낀 생각들을 담은 시들이 실려 있습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고려인 이야기와 졸본성과 집안(集安)에 가서 느낀 고구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들이 실려 있다.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예서의시014, 박용재 시집, 예서 발행)



[ 시인의 말 ]

이 시집은 1987년 첫 해외여행지 홍콩을 시작으로 코로나19에 발목 잡히기 전인 2019년 인도까지, 30년 동안 내가 만난 세계에 대한 기록이다. 여행이 부자유스런 시절, 추억여행 쯤으로 읽혀졌으면 한다. 나여 길을 만나라, 길은 그대를 배반하지 않는다네! (―강릉 사천해변 시시한가(詩時閑家)에서)


[ 차례 ]

빈센트 반 고흐

제1부 가난한 신(神)의 노래
밍글라바/ 보리수(菩提樹)나무/ 참새/ 맨발의 처녀들/ 캐슈너트나무 아래에서/ 저녁 노을/ 저녁길/ 등불/ 낮달/ 참회/ 나무부처/ 연필/ 미얀마 시인/ 육체/ 물/ 소/ 타지마할 1/ 타지마할 2/ 아고라 성에서/ 눈물

제2부 지구인의 노래
길떠나는 가족/ 사디/ 조개껍데기/ 뉴욕/ 가수/ 망각/ 지구인/ 행인들/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1/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2/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3/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4/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5/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6/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7/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8/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9/ 총소리/ 찰스 부코스키/ 라스베이거스에서/ 산토스 해변/ 뒤풀이/ 빠삐용

제3부 여행자의 노래
신전에서/ 젊음/ 책/ 존 레논/ 카페/ 봄날의 자화상/ 미이라의 여인들/ 웨스트엔드 극장 거리에서/ 런던/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행복한 죽음/ 민심/ 불빛/ 아비뇽에서/ 기차로 떠났다 버스로 돌아왔다 1/ 기차로 떠났다 버스로 돌아왔다 2/ 바흐를 마시며 맥주를 듣다 1/ 바흐를 마시며 맥주를 듣다 2/ 바흐를 마시며 맥주를 듣다 3/ 칼프/ 쉴러의 집/ 햄릿/ 오덴세/ 인어공주/ 취리히 1/ 취리히 2/ 연극/ 상트페테르부르크 1/ 상트페테르부르크 2/ 상트페테르부르크 3/ 시인/ 자작나무 숲/ 물물교환

제4부 아시아의 노래
교토에서 1/ 교토에서 2/ 흰색/ 삿포로에서 1/ 삿포로에서 2/ 예술섬 1/ 예술섬 2/ 도쿄에서/ 배를 타고 하늘을 떠다니다/ 공자/ 자금성/ 장안에서/ 추억/ 번지점프/ 토렌스 리버/ 화가 니콜라이 신/ 고구려 1/ 고구려 2/ 고려극장/ 백두산에서/ 다시 홍콩에서/ 홍콩에서/ 길

[인터뷰] 낯선 세상을 만나 나를 질문하다


[ 책 속으로 ]



나여 떠나라
가서 새의 눈으로
세상을 만나라

길은
그대를 배반하지 않을지니


빈센트 반 고흐
―아를에서

노란 들판 한가운데서
낮잠을 자다 일어나
뜨거운 여름 햇살
가득 머리에 이고
해바라기를 그리는 아저씨
타는 듯한 눈빛이
다시 살아나 이글거리는
아를의 오후
나는 태양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한 사나이를 보았다
이후, 밤의 카페에 앉아
그가 좋아한 커피
예멘 모카 마타리
한사발 들이킨다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8
―재즈와 거문고

가을 저녁 뉴욕에서 에디 히긴스를 듣는다 ‘고엽(Autumn Leaves)’이 신경줄을 타고 흐른다 시인 자크 프레베르, 이브 몽땅 가수 에디뜨 피아프는 붉은 물방울이 되어 몸 속 깊이 퍼진다 이 자유롭고 감미로운 사랑의 선율에 빠져 허우적거릴 쯤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우리 노랫소리 한자락과 거문고 선율은 무엇인가? 늦은 밤 맨하탄에서 정가(正歌) ‘상사별곡(相思別曲)’을 떠올리며 허윤정의 거문고 산조를 생각한다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가 재즈 피아노 연주가 거문고 산조와 하나되어 나를 미치게 한다 뉴욕의 가을 낙엽 위로 찰리 파커의 섹소폰 소리 자욱하게 떨어진다


바흐를 마시며 맥주를 듣다 1
―브란덴부르크 광장에서, 2012.5.19

호주 유학생이 아르바이트하는 자전거를 타고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난다 갑자기 손이 경직되며 거대한 문을 향해 경례한다 호주 청년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몬다 어제의 고통스런 죽음이, 압제의 시간이 관광상품이 되어 세상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광장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카페들에선 지구인들 웃음소리 끊이지 않는데 우리의 DMZ는 언제 여행객들이 쉬어가는 카페거리가 될까? 브란덴부르크 광장의 밤거리를 걷다 카페에 앉아 바흐를 마시며 맥주를 듣는다 슬픔은 슬퍼하는 자들만의 몫인가?


교토에서 1
―윤동주

딸 박재은과 버스를 타고 갔다 도시샤대학 캠퍼스 정문에서 붉은 벽돌 건물 몇 개 지나 왼쪽 방향으로 가서 만났다 왼쪽은 윤동주 시비 오른쪽은 정지용 시비 나란하다 겨울의 이른 아침인데도 누군가 우리보다 먼저 와 싱싱한 꽃송이 놓고 갔다 만주, 서울, 교토, 후쿠오카까지 그의 삶이 이어졌다 하루 종일 그를 생각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어루만지며 교토의 하늘에 젖은 내 눈을 씻었다 아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 출판사 서평 ]

세계의 유명여행지를 다룬 책과 영상자료들은 수없이 많다. 오히려 넘쳐난다. 이 시집은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단기간의 여행기록이 아니라, 지은이 박용재 시인이 30년 동안 일과 여행으로 다니면서 기록한 여행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시인이 만난 도시 이야기를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어 흥미롭다.
독일 칼프에서 헤르만 헤세, LA에서 찰스 부코스키, 러시아에서 푸쉬킨, 삿포로에서 미우라 아야코 등 다양한 시인과 작가들을 추억하고 상기시킨다. 그리스에서 신(神)에게 질문하고, 런던에서 현대미술을 묻고, 뉴욕에서 재즈에 빠진다.
이 시집에 실린 100편의 시들은 시인이 만난 나라와 도시의 이미지, 작가나 문화와 관련된 특별한 장소와 공간에 대한 추억, 그리고 연극, 뮤지컬, 발레, 음악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시집 속에 등장하는 공간 혹은 장소에 가본 적이 있는 분들에게 작은 추억여행이 될 것이다.


[ 지은이 박용재 ]

1960년 강릉 사천 하평리 출생, 1984년 월간시지 ≪心象≫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조그만 꿈꾸기≫ ≪따뜻한 길 위의 편지≫ ≪우리들의 숙객≫ ≪불안하다, 서 있는 것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강릉≫ ≪애일당 편지≫ ≪꽃잎 강릉≫ 등을 펴냈다. 단국대 대학원에서 <허난설헌의 시의 문화콘텐츠 확장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과 강릉을 오가면서 시(詩)로 사는 법을 익히며 가톨릭관동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강릉지역의 문화유산을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도서명]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시리즈] 예서의시014
[지은이] 박용재
[펴낸곳] 예서
변형 국판(128×210) / 132쪽 / 값 10,000원
발행일 2021년 12월 30일
ISBN 979-11-91938-05-0 03810
분야: 문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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