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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출판

객석(양정숙 소설집)

by 양정섭 2022. 6. 28.

가볍게 읽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
말 그대로 자잘한 이야기책

현대는 경쟁사회다. 크든 작든 우리는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머리를 식힌다며 휴일이면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많다. 막힌 도로에 복잡하게 얽힌 일들, 이 또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휴일이면 집에서 가벼운 책 한 권 읽는 것도 휴식이 아닐까?

이 책은 “현대사회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많은 일들을 잊고 잠깐 동안이라도 휴식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히고 있는 양정숙 작가의 소설집이다.
예를 들면, 소설 <객석>을 읽어 보면, “예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대. 얼마나 억울하고 힘들었을까? 참 우리는 복 받은 사람들이야. 억울하면 법에 호소할 수도 있고, 여자로 태어났어도 차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에 태어나서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하고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재미있는 이야기책이다. 모두 다섯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였다.
소설 <객석>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사자와의 대화>는 과년한 딸의 결혼 문제로 좌충우돌하는 내용이다. 결혼상담소와 결혼 정보 회사의 다른 점이 있다는 것, 서로 모르는 사이이기에 대타로 나온 신랑감이 양심에 가책을 받고 고백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혼정보회사의 문제점 등을 이야기한다.
소설 <비밀>에서는 딸이라는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해 결혼하게 되면서 학력문제로 고뇌하게 되는 여성의 애환을 담고 있다.
소설 <눈먼 자의 꿈>은 희귀병을 앓으면서 겪게 되는 어머니의 불안과 초조를 글로 담았다. 결국에는 시력을 잃었으나 좌절하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보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어머니 이야기이다.
소설 <돌아오는 길>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삼남매가 미국 가정으로 입양한 후 성공해서 어머니를 찾아 고국으로 돌아와 혈육의 소중함을 일깨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양정숙 작가 이야기를 소개한다.
40대 후반 아이들이 품에서 떠나 빈둥우리증후군에 있을 때였다. 무엇을 하며 살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청취자들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나도 한 번 해볼까’ 하고 편지를 써 방송국에 보낸 것이 채택이 되어 MC의 목소리로 읽혀졌다. 전업 주부로 살면서 돈을 벌어본 일이 없었는데 원고료와 함께 선물이 배달되었다고 한다. 40대 후반 꿈을 찾던 작가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리고 날밤을 새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신문, 방송, 잡지 등 독자 투고를 할 수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에 투고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 양정숙은 66세 만학도가 되기로 결심하고 문예창작과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 재학 중 여수해양문학상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었고, 대학원에 들어가 아동문학을 전공하고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무엇을 시작하든 늦은 나이는 없다고 작가는 전한다.
이 소설집은 70대 어머니가 쓴 소설집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아름다운 우리 어머니, 양정숙 작가의 꿈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객석(양정숙 소설집, 예서 발행)



[ 추천의 글 ]

작가 양정숙은 입심 좋은 이야기꾼 기질이 있다. 그는 객석에 앉은 관객처럼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연출되는 모든 것을 관찰자의 시점에서 세세히 보고 들은 것을 옆의 관객에게 속삭이거나, ​얼마쯤 뒤 그 후일담을 이웃에게 지껄이듯 진술한다. 극사실주의 화가가 그리듯 세세히 진술하는 수법이 아니고, ​등장시킨 인물들의 특징만을 간추려 그려내는데, 이때 얻어지는 특이한 현상은 능란한 사진작가가 망점 기법으로 현상한 사진 같은 영상을 독자가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자기 삶 주변의 사실상은 아픈 이야기들을 입심 좋게 진술하는 방법으로 기록하는 것은 깨어 있는 자만 할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참으로 보배로운 서민작가이다. (소설가 한승원)


[ 책 속으로 ]

<아버님께 바치는 글>
여러 날 고민 끝에 이렇게 아버님께 먼저 편지를 올립니다. 드릴 말씀은 저의 학력 이야기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9남매의 장녀였기에 학업보다는 올망졸망한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일손이 급선무였던가 봅니다. 부모님께서 여자는 한글만 깨쳐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며,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저에게 상급학교의 진학은 아예 생각지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어린 저는 부모님 말 잘 듣는 착한 딸이었나 봅니다. 동생들 돌보며 부모님의 손발이 되어 자랐으니까요. 
세월이 지날수록 배움에 대한 욕망은 강하게 왔지만 가난한 농부의 딸로 시골에 묻혀 사는 저로서는 아무것도 해볼 수 있는 능력이 없었습니다. 철이 들고서야 형편이 닿는 대로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듣고, 나중에는 욕심이 생겨 라디오 청취자들에게 받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험 삼아 넣은 것이 가끔씩 채택이 되어 아나운서의 고운 음성으로 내 글이 읽혀질 때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 되기도 하였지요. 
그러다가 혼기를 맞아 선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꼭 대학 나온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나의 신분과는 맞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은 선을 보고 나면 틀어지곤 하면서였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학력은 가져야 대학 나온 신랑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답니다. 그때부터 저는 가짜 고졸 출신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버님의 아드님과 인연이 닿았던 것이지요. 
아버님, 여자로 태어났기에 겪어야 하는 고통인 것 같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지금이라도 저의 학력이 모자라다고, 며느리 자격이 안 된다 하시면 그만 두겠습니다. 이 편지를 쓰기까지는 많은 망설임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냥 숨기고 가서 살면 어쩔 것인가, 미리 사실대로 말해 버리고 운명대로 살 것인가 하고요.
아버님,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그만 두라 하시면 미련 없이 아버님의 며느리 자리를 포기하겠습니다. 끝으로 한없이 죄송한 마음으로 필을 놓습니다. 
(103~104쪽)


[ 차례 ]

객석
死者와의 對話
비밀
눈 먼 자의 꿈
돌아오는 길

[인터뷰] 인생극장


[ 지은이 양정숙 ]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부안에서 자랐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 광주교육대학교 대학원(석사) 아동문학교육과에서 공부했다.
1995년 ≪수필과 비평≫에서 수필로 신인상을 받았으며, 2016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집 ≪구리구리 똥개구리≫ ≪감나무 위 꿀단지≫ ≪충노, 먹쇠와 점돌이≫ ≪알롱이≫ ≪까망이≫, 그림책 ≪새롬음악회≫ ≪섬진강 두꺼비 다리≫ ≪알롱이의 기도≫ ≪택배로 온 힘찬이≫, 수필집 ≪엄마, 이세상 살기가 왜 이렇게 재밌당가≫ 등 총 10권의 책이 있다.
수필로 ‘대한문학상’, 단편소설로 ‘여수 해양문학상’, 동화로 ‘천강 문학상’ ‘민들레 문학상’ ‘광주전남 아동문학상’ ‘광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도서명] 객석
[지은이] 양정숙
[펴낸곳] 예서
국판(148×210) / 196쪽 / 값 15,000원
발행일 2022년 06월 30일
ISBN 979-11-91938-17-3 03810
분야: 문학 > 단편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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