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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출판

가까운 듯 먼 길(최경숙 시집, 예서의시020)

by 양정섭 2022. 5. 6.

세상사 끝자락에 시인이 서 있다

≪가까운 듯 먼 길≫은 ≪길 안에서 길을 묻다≫에 이어지는 최경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되었고, 70여 편의 시를 담고 있다. 최경숙 시인의 시는 일상 속에서 겪게 되는 이런저런 세속적 느낌을 맑고 투명한 문장으로 구성한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동시에 문단적 시류에 오염되지 않은 자기만의 언어를 세공하고 있다는 문학적 자부심도 도드라진다. 시집을 펼치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감 속으로 스며들 수 있으며, 최경숙만의 깔끔한 언어와 시적 리듬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가까운 듯 먼 길(최경숙 시집, 예서의시020, 예서 발행)



[ 책 속으로 ]

오르막도 없고
내리막도 없는

하늘의 경계마저
허물어 버린

그래서 더
아득해 보이는 초원

밤하늘 별들이 쏟아져
풀꽃이 되는 곳

지나던 바람도 나처럼
이렇게 잠시 쉬어 가는가
―<초원>

가을하늘
자유롭게 날아오르던 새처럼

가을들판을 쏘다니는 바람에
몸을 맡기던 억새풀처럼

출렁이던 마음 다잡아놓고

가을편지 쓰듯이
고마웠다며 작별을 고하는
―<어떤 날>

되돌릴 수 없는 시간 그러나
되돌아볼 수는 있었던 시간

날아오를 수 없는 생각
모두 다 내려놓고 시집 한 권 들고 누웠다

낯익은 익숙한 문장
친근하게 느껴지는 언어들

잠시 한눈 팔고 바람났다
고향집 찾아온 안도감으로

마음 위에 다시
마음 눕히는 밤
시여
오늘 밤은 너와 함께 꿈길인 듯 잠들고 싷다
―<꿈길>


[ 시인의 말 ]

가을볕에 곱게 말린
꽃 차 향기처럼
친절을 몸에 익히며
아름답게 나이들 거야

오래된 고목을
마주하는 거와 같이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리는
시와 함께하는 세월이
행복이었다고 말할 거야


[ 출판사 서평 ]

최경숙 시인은 2014년 문학세계 신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시작 활동을 시작했고, 첫 시집으로 ≪길 안에서 길을 묻다≫가 있다. 그의 시는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고 새 공기를 마시는 느낌으로 온다. 그리고 커피 한 잔을 들고 멀리 창밖의 풍경을 받아들이는 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내면의 조용한 파동을 언어에 얹어본 시다. 최경숙의 시는 그런 걸음으로 독자에게 다가선다. 상처도 있고, 그리움도 있고, 회한도 있고, 쓸쓸함도 있다. 만남도 있고 헤어짐도 들어 있다. 이 모든 세상사의 끝자락에 시인이 서 있다. 불만족이 없기에 불만족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만족뿐이어서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만족과 불만족 사이 어디쯤에서 시인은 외로운 존재로 서 있다. 시인은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나는 뭐야?’ 혹은 ‘나는 지금 어디 있지?’와 같은 살아 움직이는 구어체 속으로 들어선다. ‘마음 위에 다시/마음 눕히는 밤’은 최경숙 시의 발화점이자 정서적 공간이다. 마음 위에 다시 마음 눕힌다는 발상은 시인이 꾸며낸 상상이지만 그것은 시인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 시집에는 순진하면서도 순수하고, 순수하면서도 뜨거운 그러나 그 열정을 자기 삶의 땔감으로 태워버린 사람의 담담함, 아무렇지 않음, 아쉽지만 아쉽지만 않은 중립적 정서들이 차분하게 스며 있다. 투명한 일상어를 통해 보편적인 삶의 복잡함을 일거에 정리해 버린 최경숙 시의 단순성은 독자들에게 깊은 시적 평온을 전달한다. 시 장르가 거의 완전히, 완전히 거의 무용해진 시대에 그런 말 처음 듣는다는 듯이 시를 써낸 시인이 있음을 이 시집은 증거한다.


[ 차례 ]

초원

제1부 꿈길

나에게 시는
꿈길
어떤 날
가을과 비올레따의 아리아―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의 모양
그래도 그리운 것들
시가 뭐라고
나 여기 있다고
어떤 기억 하나
열차 안에서
가까운 듯 먼 길

제2부 남 몰래 흐르는 눈물

무늬만 시
사랑의 묘약―도니체티 남 몰래 흐르는 눈물
나는 그냥 나이기를
봄으로 가는 길
쓸쓸한 그것
언제나 그랬듯이
작은 음악회에서
홀로 고단하다
순천만에서
환타시아
울게 하소서―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며느리 생각
참 다행이다
아름다운 동행―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세상이 환해졌다
낯선 마음을 들여다보며
마음의 빛
첫눈

제3부 어머니 가신 곳

내년에도 이 옷을
어머니의 먼 길
길 떠나는 어머니
지는 해처럼
법왕사 가는 길
어머니 마음
어머니 그리워 잠 못 이루고
그리움 익어가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봄
어머니 생각
나, 이제 어떡하나
오늘은
꿈속에서 스치듯
눈에서 멀어진 어머니

제4부 내게로 돌아오는 길

여름의 끝
길 떠나는 가족―이중섭의 그림

가장 낮은 자리에서
벌레 먹은 자두
나무들의 생각은
친구는 부재중―영숙 친구
바람의 노래 소리
사라진 놀이터
새 가족을 맞이하며
꽃잎 내리는 정원에서
물 속의 조약돌
동행
저녁 식탁
7월의 들판
시루봉 가는 길
봄이 오는 길목에서
연꽃 사랑
강물처럼 바람처럼
길을 가다가

[해설] 가까운 듯 먼 길_박세현(빗소리듣기모임 준회원)


[ 지은이 최경숙 ]

강릉 출생
≪문학세계≫ 신인작품상 당선(2014년도)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길 안에서 길을 묻다≫


[도서명] 가까운 듯 먼 길
[시리즈명] 예서의시020
[지은이] 최경숙
[펴낸곳] 예서
변형국판(128×210) / 110쪽 / 값 10,000원
발행일 2022년 04월 20일
ISBN 979-11-91938-16-6 03810
분야: 문학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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