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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출판

유리언덕(장혜영 장편소설)

by 양정섭 2021. 12. 31.

첫눈에 반한 두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영화처럼 전개되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유리언덕

첫눈에 반한 두 청춘 남녀가 있다. 서다요와 한태주의 사랑 이야기가 영화처럼 전개된다.
다요는 효도에 묶여 (부친의 부도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정략결혼의 제물이 되고, 한태주는 사랑에 묶여 그녀(다요)의 효심을 존중해 다른 여자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절망한 다요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그것을 목격한 한태주의 친구는 자신을 강간한 계부와 화해하는 조건으로 협력업체 선정 허락을 받아낸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결혼에 성공한다. 욕망과 도덕이 타협한 결과물이다.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인간이 욕망만 추구한다면 동물에서 한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이 동물이면서도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도덕으로 욕망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욕망과 도덕의 전쟁은 개인의 내면에 살고 있는 동물과 인간의 대결이며 그것의 현실투영이 인생이다. 소설은 도덕의 중력에도 도피 대신 연대를 통해 욕망을 이루어나가는 인물의 몸부림을 핍진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수직적 선―악 갈등구도를 플롯의 수술대에 눕혀 권선징악의 구식 척추를 제거하고 수평적 갈등구도를 생성시키는 ≪유리언덕≫의 긴장감과 흡인력 있게 펼쳐지는 서사에 빠져보자.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소개한다.


[ 등장인물 ]

한태주 ] (원수영) 문학박사이며 대학 강사이다. 서다요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서다요는 이미 약혼한 여자다. 워낙 심성이 너그럽고 선량한 그는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 앞에서 항상 자신보다 먼저 연인을 배려한다. 다분히 이기적이고 부당한 부친에 대한 서다요의 효심을 존중해 과감하게 사랑을 진척하지 못하고 욕망을 절제하면서 관망의 태도로 일관한다. 뿐만 아니라 서다요, 강바람, 고정애 이 세 여자와의 삼각관계에서 헝클어진 도덕의 그물망에 결박되어 정신적인 갈등을 겪는다. 결국 윤하늘의 도움으로 현실에 묶였던 매듭을 풀고 기적 같은 결혼의 꿈을 이룬다.
서다요 ] 대학원생이며 미모가 출중한 아가씨다. 부도가 난 아버지의 회사를 구원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자폐증환자인 백민호와 약혼을 한다. 한태주를 사랑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효심과 사랑의 욕망 사이에서 치열한 정신적 방황을 치른다. 아버지가 회사 때문에 쓰러지면 효심의 목줄에 매이고 한태주와 갈라지면 그리움에 몸부림친다. 애정과 효심 중 어느 것 하나 단호하게 버리지 못한 채 안타깝게 좌고우면한다. 한태주와의 사랑이 무산의 위기에 처하자 고민 끝에 극단적 선택까지 서슴지 않지만 천만다행으로 윤하늘의 희생으로 태주와 결혼한다.
윤하늘 ] (강바람) 연극배우이며 회장의 딸인 동시에 한태주의 친구이다. 의붓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한 후 강한 남성혐오(정서) 때문에 비혼주의자를 자처하며 불규칙적인 성 쾌락만을 추구하던 중 한태주를 만난다. 한태주와 서다요의 사랑이 암초에 부딪치자 원수인 계부에게 간청하여 그들의 애로를 해결해준다.
혜진 ] 여대생이며 서다요의 사촌여동생이다. 성격이 활달한 그녀는 언니와 선생님의 사랑이 성공하도록 솔선하여 도와준다.
고정애 ] 시골 학교의 교사이다. 대학생 시절 젊은 혈기에 한태주와 실수로 성 관계를 가진다. 10년 뒤 시골학교가 폐교되어 서울로 박사 공부하러 올라와 한태주와 다시 만나며 옛정이 되살아난다. 그녀의 신세를 진 태주의 외할머니가 고정애를 손부로 점찍어 놓고 집요하게 결혼을 강요해 두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서용수 ] 서다요의 부친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협력업체 선정 사업을 책임진 백이사의 마음을 구슬리려는 목적에서 딸 서다요를 자폐증 환자인 백민호와 정략결혼을 시킨다.
현보민 ] 파출소 경찰관이자 시인이며 한태주의 친구이다. 사랑하는 김은진의 아버지가 결혼조건으로 강요한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른다. 결국 경찰관 제복을 벗는다.
백민호 ] 백이사의 아들이며 서다요의 약혼남이다. 자폐증환자로, 특히 젊은 여자를 기피한다.
유모 ] 백이사네 가정부이며 백민호의 어린 시절 젖을 먹여 기른 유모이다. 백민호의 편에서 서다요와 한태주의 사랑을 온갖 방법을 다해 훼방질한다.
백이사 ] 부도가 난 서용수의 회사를 협력업체로 선정하는 특권을 이용해 자폐증환자인 아들을 서용수의 딸(서다요)과 결혼할 것을 강요한다.
김은진 ] 동네 대형마트 직원이다. 경사인 현보민을 사랑하지만 아버지가 결혼조건으로 제시한 아파트를 살 돈이 없어 위장 임신 쇼를 벌리지만 실패한다.


[ 줄거리 ]

대학 문학강사 한태주는 대학원생 서다요를 처음 본 순간 그녀의 출중한 미모에 반한다. 다요 역시 한태주의 풍채에 연정을 느낀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요는 이미 약혼한 남자가 있다. 박스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 회사가 부도나자 (협력업체로 선정되어 회사를 회생하기 위해) 자폐증환자인 백이사의 아들 백민호와 다요는 정략결혼을 약정한다.
뜨거워지는 애욕의 감정은 여러 가지 구실로 두 사람의 만남을 유혹하고 그것을 목격한 다요의 부친은 딸을 가택에 연금한다. 효녀인 다요는 회사를 구하려는 부친의 설득 앞에서는 효심에 기울고 선남인 태주 앞에서는 사랑에 혹하며 양자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도덕군자인 태주는 효도와 사랑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다요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포기한다. 두 선남선녀의 안타까운 상황을 옆에서 목도하는 친구 윤하늘과 다요의 사촌동생 혜진이 자진하여 도와주지만 두 사람은 욕망과 도덕의 마찰 속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흔들리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절망을 향해 치닫는다. 그러나 백이사의 음모술수에 말려들어 민호에게 순결을 잃을 뻔했던 다요는 가출하여 (부친을 떠나) 태주한테로 돌아와 태주와 함께 해외로 도주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녀의 해외 도주 계획을 뒤늦게 알게 된 부친이 실신하여 병원 응급실로 호송되자, 효녀인 다요는 여객기에 탑승하려다가 포기하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태주도 혜진이도 그녀의 절절한 효심을 가로막을 수 없다. 부친은 생명의 위험을 빌미로 딸에게 결혼식을 올릴 것을 강요한다. 아버지를 죽음에서 구하기 위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응낙한다. 한편 태주에게는 쪽지로 협력업체선정만 결정 나면 즉시 백민호와 이혼하고 그에게로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한다.
혼례식 날 다요는 윤하늘이 신부 역할을 대신해 준 사이 호텔로 빠져나가 태주와 만나 그의 씨앗을 품는다. 지금까지 태주는 다요의 입장을 고려해 그것만은 자제했었다. 혼례식에서 다요는 극도의 슬픔을 견디지 못해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호송된다. 그녀의 졸도 원인이 백민호네 집에서의 신랑 성폭력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조건으로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는 한편, 건강이 호전될 때까지 신랑과 각방을 쓰며 부부 사이를 분리시키기로 한다. 백이사는 아들이 결혼했다는 안도감에 협력업체 선정날짜를 앞당겨 박스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준다. 그러자 다요는 윤하늘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즉각 이혼소송을 준비하며 태주한테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백이사네는 태주에게 정략결혼의 대가가 협력업체 선정이라는 물증을 제공함으로써 이혼을 감수하더라도 선정을 취소함으로써 다요 부친을 위협하려고 한다. 결국 이혼하려면 협력업체 계약이 취소되어 부친의 회사가 파산하게 되고, 협력업체를 유지하여 회사를 살리려면 이혼을 포기해야만 한다. 다요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그녀는 효녀이면서도 동시에 태주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태주는 대학 1학년에 다니던 여름 방학 시골에 갔을 때 우연하게 인연을 맺었던 정애와 결혼함으로써 다요의 효심을 지켜 주고 협력업체 계약을 유지하기로 마음 먹는다. 둘 다 가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희생을 선택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다요는 무한한 실의에 빠져 극단의 선택을 시도하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다.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는 다요의 처량한 모습을 본 윤하늘은 비장한 결심을 한다. 자신을 강간한 계부를 찾아가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고) 부도난 친구 부친의 회사를 협력업체로 받아줄 것을 간청한다. 태주와 다요를 도와주기 위해 구역질이 나는 ‘아빠’라는 호칭까지 입 밖으로 뱉어낸다. 결국 태주와 다요는 욕망과 도덕의 깊은 계곡에서 모진 우여곡절을 거친 후에야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다. 그러나 그들이 ‘유리언덕’을 넘으며 날카로운 유리조각에 찔려 상처투성이가 되면서 법적 부부가 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동반되었다. 윤하늘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정애는 대학기숙사로 들어간다.

 

장혜영 장편소설 <유리언덕>(예서 발행)



[ 작가의 말 ]

하나의 심쿵한 사랑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원래 사랑은 인간의 가장 아름답고 원초적인 욕망이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이 욕망의 바다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입수, 수영은 물론 빠져나오는 것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은 밑바닥 깊은 곳에 언제나 암초, 소용돌이, 파도를 숨겨두고 수시로 익사의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저들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도덕, 상식, 양심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덕은 때로는 과거를 빌려 현실을 가림으로써 찬란한 사랑에 어두운 그늘을 던지기도 한다.
인간의 욕망은 도덕과 양심의 검문대가 설치된 현실의 삼엄한 단속을 통과해야 실현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실과 욕망은 많은 경우 대치상태에 처해 있다. 그것은 현실은 공적인 영역인 반면, 욕망은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현실과 상식에 위배되지 않는 욕망의 실현은 도덕의 중력에 타협함으로 이익을 반납해야 하는 심리적 고통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도덕적인 훼손과 양심의 상실이라는 아픔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것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현실에서 봉착하는 사랑과 효심의 선의적인 갈등이다. 욕망으로서의 사랑과 도덕으로서의 효심이 충돌하는 언저리에서 양자택일의 고민에 빠져 방황하는 시공간이 주인공들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둘 다 얻을 수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려야 하는 선택의 지점에서 사랑의 돛배는 시련의 파도를 만날 수밖에 없다. 


[ 차례 ]

작가의 말

첫눈 연정
모래성
무너진 모래성
시골의 달
로미오와 줄레엣
위장 임신
술상의 모략
백일몽
메마른 비바람
You Raise Me up
암초
상처
개학

에필로그

[인터뷰] 욕망의 시작과 끝


[ 지은이 장혜영 ]

소설가이자 인문·교양·세계사작가이다. 단편소설 <하이네와 앵앵>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림자들의 전쟁>, <화엄사의 종소리> 외 다수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으며, ≪꽃은 왜 아름다운가≫ 외 여러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신춘문예장편소설상 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학술서를 출간했다.
그 중 ≪술 예술의 혼≫은 ‘2013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새로운 장편소설을 구상 중이다.


[도서명] 유리언덕
[지은이] 장혜영
[펴낸곳] 예서
신국판(152×224) / 456쪽 / 값 22,000원
발행일 2021년 12월 30일
ISBN 979-11-91938-06-7 03810
분야: 문학>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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