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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와 정치를 위하여__강세환 산문집 담론도 대안도 없는 사회를 향한 단상(斷想) 강세환 시인의 신작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그래도 시와 정치를 위하여≫(예서) 책 제목에서 보듯이 시와 정치에 대한 사유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고 크다. 그러나 한국 시는 담론이 사라졌고 한국 정치는 대안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 특유의 ‘열정과 통찰’과 ‘담론과 대안’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작가의 안목과 역량을 또 한 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권두의 시작하는 말을 보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잡생각’ 운운 했지만 시에 대한 사유는 소위 ‘아버지의 언어’에 대한, 또 과거의 언어와 문법에 대한 반성과 부정적인 입장일 것이다. 그 반성과 부정은 또 많은 침묵 혹은 고민의 결과물일 것이다. 모처럼 생각하는 맛과 읽는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2024. 12. 31.
날씨와 건강__박세현의 시 시집의 제목은 제비뽑기로 결정했는데  이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 시인의 말 ] 그에게 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꾸다 만 꿈, 헛꿈, 착각, 웃음 끝에 매달린 울음, 아직 안 주무셨어요? 이런 물음들. 밑 빠진 독에 물붓기, 무단횡단, 틀리게 말하기, 선상반란, 언어가 수습하지 못한 공터, 내란음모, 먼저 가보겠다며 일어선 누군가의 빈 자리, 꿈과 현실의 이음새, 영혼의 노숙, 수유천의 물소리, 그러나 시는 무모하다. 그래서 그는 쓴다.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기 위해 서행하는 전철 기관사의 운행방식을 참고하면서 쓴다. 그가 쓰지 않아도 다른 시인들이 시를 팡팡 써내면서 시단이 풍성하게 굴러갈 것이 걱정되어 그는 (농담처럼) 쓰기를 멈추지 못한다. 독자가 바야흐로 시인을 위로하는.. 2024. 12. 31.
유한도서__세상과소통하는지혜008__윤정용 독서에세이 독서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깨달음을 통해 변화를 끌어내야...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것 또한 독서일까? 이 책은 소설, 시와 음악, 영화, 연극, 정치와 경제, 문화와 예술 등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책을 읽은 뒤 느낌을 정리한 독후감이다. 2019년에 출간된 ≪무한독서≫의 속편이다. “흔히 책을 읽는 목적은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제법 꽤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 책으로 제 삶이 얼마나 변했는지 장담할 수 없다. 대신 이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서관이 없었다면, 그리고 책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형편없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은퇴 후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나는 이와 정반대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도시에서.. 2024. 10. 23.
아리수에 흐르는 별__강동 앤솔로지_강동문인협회 엮음 강동 앤솔로지 ≪아리수에 흐르는 별≫은 강동문인협회가 기획하고 엮어낸 아리수 문인들 49명의 문학 작품 모음집(앤솔로지)이다. 이름하여 강동 앤솔로지이다. 제1부는 시, 시조, 동시 등을, 제2부는 수필을, 제3부는 소설과 동화를 모아 실었다.[ 책 속으로 1 ] “윤동주의 의 구절 중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가 지금은 “시인이란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식민지 억압으로부터 해방이 된 지금 ‘슬픈’이란 낱말이 빠졌어도, 문학이란 윤동주가 말한 것처럼 ‘천명(天命)’을 담아 쓴 작품으로 제1호 ≪아리수에 흐르는 별≫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강동문인협회 회원들이 보내주신 작품에서 느낀 점은 선별과 탈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작품들 한편 한편에서 참으로 따뜻한 마음이 읽.. 2024. 9. 25.
예서의시032__여전하시지요?__강송숙 시 살아있다는 지루하고 진부한 자기 확인 이 시집은 ≪풍경을 건너가다≫ ≪낯선 곳에서≫ ≪안부≫에 이어지는 강송숙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며 71편의 신작시를 수록하고 있다. 시집 제목의 의미는 안부다. 여전하지만 여전하지 않은 사실과, 여전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한 듯이 범람하는 살림살이의 균열에 대한 질문이다.  1 “만난 기억이 없으니 헤어진 기억도 가물가물한 눈만 마주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칠 오랜 세월만큼 먼 거리 여전하시지요 그녀의 한마디가 오늘의 화두 우리는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헤어졌을까 여전하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나의 어느 지점이었을까 몸의 거리 마음의 거리 그리고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거리 그 거리쯤에서 그녀는 나에게 묻는다  여전하시지요?”(시인의 말) 2 시인은 묻는다. 여전하시.. 2024. 6. 13.
이 단순하고 뜨거운 것__강세환 시집__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강세환 시인의 시집 ≪이 단순하고 뜨거운 것≫이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을 보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의 반복적인 사유(思惟)와 지속적인 열정이 폭발한 것 같다. 그 반복과 열정은 복잡하지만 때때로 단순하고 뜨거운 것이었다. 그것은 이른바 일상적 진실과 당위적 진실 사이에서의 갈등과 충돌과 고뇌와 분노와 반성과 통찰의 자기표현인 셈이다. 그 또한 시인의 시적 사유이며 인식이며 그가 획득한 문법이며 그가 겪은 삶에 관한 심경이며 기록이며 ‘날것’ 그대로 생생한 감수성일 것이다. 이번 시집은 한눈에 보아도 깜짝 놀랄 만큼 개인 시집 네댓 권을 묶어놓은 것과 같고, 한 권의 신작 시집으론 막대한 분량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등 제1부를 비롯하여 등 제7부까지 무.. 2023. 12. 22.
봉평 세미나__박세현 문학에세이_시라는 환상에 어떻게 속고 있는가 시라는 환상에 어떻게 속고 있는가 이 책은 시라는 환상에 어떻게 속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응답하려는 저자의 일관된 편견과 비좁은 아집과 가벼운 독설로 물든 무삭제판 에세이다. 저자의 서른 번째가 되는 이 책에 인쇄된 에세이와 스무 편의 시가 도달한 곳은 우리가 기득적으로 알고 있는 시의 국토는 아니다. 그곳은 더 낯설고 더 먼 언어 저 너머의 어떤 미지로 읽힌다. 문학에세이라는 부제가 가리키듯이 이 에세이들은 시와 시인의 존재론적 현상에 대한 저자의 관념(혹은 신념)을 방심하듯이 흘려 쓴 책이다. [ 책 속으로 ] 강릉에서 에세이를 수정하고 있는 동안, 이 헛수고에 매달려 있는 동안, 두 권의 책 발간 소식이 들려왔다. 6년 만에 발매된 하루키의 장편소설과 홍정선 교수의 유고평론집이다. 에세이.. 2023. 12. 14.
썸__박세현 시집_하염없음에 대한 기록 하염없음에 대한 기록 시를 쓰는 동안 시인이 만나는 것은 시가 아니라 자신의 공백이다. 여긴가 하면 여기가 아니고 저긴가 하면 저기도 아닌 생소한 곳에서 어색한 생각으로 그는 다시 태어난다. 하염없음은 그러므로 시의 도착점이 된다. 이 시집은 꼭 쓰지 않아도 되었을 듯한 하염없음에 대한 기록이다. 시인이 자신의 시를 지나가는 순간이다. [ 책 속으로 ] 그의 시를 못 본 지 오래다 십년? 더 된 듯하다 잘 나가던 시인이다 오늘은 그가 궁금하다 진정한 시인이라면 흔적 없이 증발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중얼중얼 여기저기 수소문했더니 그는 잘 살고 있다고 전했다 순간적으로 암전되는 느낌적 느낌! 서가에서 그의 시집을 뽑았다 모르긴 몰라도 그를 다시 읽을 일은 없겠다 健幸을 빈다 ― 전문 썸은 무슨 뜻인가요? (귓속.. 2023. 12. 14.
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예서의시 011, 박세현 시집) 예서의시 011 박세현 시집 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 [ 책 소개 ]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가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대충 쓴 시를 나는 지지한다. 예컨대 [ 책 속으로 ] 나는 그것에 전념하리라 시가 아니라 오로지 시 비슷한 것만이 나의 것이다 바람 불 때마다 다시 태어나리라 이슬비로 가랑비로 정선 구절리 오장폭포로 내 집 앞에 나앉은 거지로 한 푼 줍쇼 무슨 소린지 모르고 썼는데 독자가 알아서 읽네 [ 출판사 서평 ] “‘시는 읽는 장르가 아니라 쓰는 장르’라는 확신을 실천하면서 박세현은 자기 속도로 시를 쓴다.”(차이, 문학평론가) “박세현은 한국시의 어떤 범주에도 귀속되지 않는 변방이자 동문서답이다.”(이심정, 시인) 박세현은 2020년에 출간한 두 권의 산문집을 통해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 2023.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