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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

하루의 기분과 명랑을 위해__박세현의 시

by 양정섭 2025. 3. 24.

[ 책 소개 ]

시가 충분히 쓰여졌다고 확인할 때 그러면서도 
충분히 덜 쓰여진 시가 있다고 머뭇거리면서 쓰는 시. 
그런 망설임으로 채워진 시집이다. 
출판사는 예고 없이 밀려올 선주문에 대비하고 있다.


하루의 기분과 명랑을 위해(박세현의 시, 경진출판 발행)


[ 책 속으로 ]

“박세현의 문학은 ‘산상(山上)에 홀로 장치된 기관총’을 닮는다. 
총구가 겨냥하는 방향은 설명되지 않는 외로움.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자신에게도 속하지 않는 
청개구리 좌파를 연기한다. 
애오라지 자신의 대리인 또는 위증하는 자신의 참고인이다. 
속지 않는 자가 방황한다고 했던가. 언어에 스미지 못하고 
그는 속절없이 남아도는 잔여 속을 떠다닌다. 
외롭고 싶을 때마다 시의 방아쇠를 당겨보는 무망한 
끄적거림이야말로 그의 문학이 아니던가.”(뒷표지)

“시를 읽으면서 시인의 가성(fake voice)이 들려오면 시집을 접는다. 내 얘기는 아니지만 결국은 내 얘기다. 자판에서 잠깐 손을 불러들인다. (투수 코치가 투수에게 작전지시를 하듯이) 너무 진지하면 가성이 나오기 쉬우니 조심하라!”(111쪽)

“국내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믿고 읽는 작가지만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는다. 늘 하던 얘기를 되풀이 하는 것으로 읽힌다. 촉망받는 작가의 글을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은 있다. 왜 이렇게 스토리가 뻔하지. 적당한 성공작 아닌가. 유행에 묻어가려는가. 이 작가는 이제 읽지 않아도 되겠군. 조용히 책을 덮으면서 다시 생각한다. 창작에 관성이 있다면 독서에도 관성이 작동한다. 새로운 작품도 자신의 이해 범주인 가두리 속으로 끌어들여야 안심이 되는 업력(業力)이 그것이다. 새롭다는 착각이 있다면 낡았다는 착각도 있는 법. 편견에 물든 나의 읽기는 문제가 많다.”(114쪽)

“끝까지 시를 쓰는 문인에 대한 경외심을 철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게 뭐라고 끝까지 집착하겠는가. 그러나 나는 끝까지 쓰고 싶다. 끝까지 쓴다고 결승점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시는 내게 유일한 자기 연출의 푸닥거리다. 할 일이 없다는 뜻도 포함된다. 게다가 나는 독자의 지지도 없다. 존재론적 징징거림. 쓰는 자의 지점과 읽는 자의 지점은 어차피 같지 않다. 글쓰기의 팔자다. 나는 내가 쓴 몫만 챙기겠다. 독자 없는 복도 복. 미스터치에 환호하는 독자도 독자겠지만.”(119쪽) 


[ 미니 인터뷰: 출판사 서평을 대신하여 ]

◎시인의 최근 관심하는 무엇인가요?
딴생각 하는 사이에 봄이 왔다는 겁니다.

◎시집을 내는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굳이 언급한다면

◎굳이 언급한다면요? 
내가 무언가를 문장 속에 자꾸 쓸어 담으려고 한다는 거지요. 그것이 무엇이건 말이지요. 예컨대 의미니 무의미니 그런 거 말입니다. 그런 거 다 한통속이겠지요. 모든 건 한순간 거기 그렇게 있을 뿐입니다. 있다는 착각이지요. 그걸 문자라는 엉성한 뜰채로 건지려드는 사람이 나였다는 말씀이지요. 

◎선생의 시론인가요? 
나는 그저 쓸 뿐입니다. 그게 나의 가없는 시론이라면 동의하지요. 

◎앞 시집과 이번 시집의 간격이 너무 촘촘하다고 보는데요?
촘촘하다는 말이 듣기에 좋네요. 촘촘.

◎이번 시집에서 새롭게 시도된 게 있는지요?
앞 시집을 반복하는 게 새롭다면 새로운 거지요. 

◎요즘은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요?
에릭 사티를 읽습니다. 

◎에릭 사티를 좋아하시는가 봅니다.
맑은 날에도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티가 좋더군요. 
비가 오면 우산이 젖을까봐 품에 넣고 다니는 사티는 더 좋구요. 

◎앞 질문은 취소하겠습니다. 근황이라면? 
가끔 산에 가지요. 남양주 철마산. 

◎산행 친구는 있습니까?
혼자 갑니다. 친구는 다 전사(戰死)했거든요.

◎이번 시집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어떤 겁니까요?
모르시겠지만 내 시집은 강조하는 책은 아닙니다. 
그냥 징징거리는 거지요. 자의식의 푸닥거리 같은.

◎다음 책을 또 준비하시겠군요. 
죄송한데 ‘또’는 빼주세요. 그저 쓰는 거지요. 
준비 없이, 방향 없이 혹은 방황하면서.

◎북콘서트 같은 일정도 있는가요?
그런 거는 하지 않습니다.

◎왜요?
하자는 사람이 없거든요.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카메라 꺼주세요. 
내 시 읽어보셨나요?


[ 지은이 박세현 ]

지은이 박세현은 강원도에서 태어나 서울의 북쪽을 살고 있다. 고양이는 없다. 시집 ≪시를 소진시키려는 우아하고 감상적인 시도≫ ≪날씨와 건강≫, 장편소설 ≪페루에 가실래요?≫, 산문집 ≪봉평 세미나≫ 등 서른 몇 권의 책을 인쇄했다. 넌더리나도록 휘갈겼다는 뜻인가. 그래도 덜 쓰여진 시는 날마다 재구성되는 징그러운 욕망의 문제라고 본다. 1953년생.


[도서명] 하루의 기분과 명랑을 위해
[지은이] 박세현
[펴낸곳] 경진출판
변형국판(120×205) / 120쪽 / 값 12,000원
발행일 2025년 03월 30일
ISBN 979-11-93985-51-9 03810
분야: 문학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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