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의미 없음, 언어의 허구성을 탐닉하다
이 시집은 60편의 시와 긴 시집 뒷말이 수록된 박세현 시인의 15번째 시집이다.
박세현의 시는 읽혀지기 위한 쓰기가 아니라 쓰기 위한 시라고 하는 것이 더 옳다. 잘 썼다든가 좋은 시라는 문학적 통념은 그의 시에서 힘을 갖지 않는다. 새로운 의미의 발견이나 발명에도 그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의미의 의미 없음, 언어의 허구성을 탐닉하는 문장이 시집 전편에 출렁거린다.
[ 책 속으로 ]
“삼류시인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비밀이
세상에는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이제
나는 좀 알 것 같다”(23쪽, <비밀> 전문)
“문학이라는 픽션 안에서 요가를 하듯이, 요가 없이 요가를 꿈꾸듯이, 설명할 수 없는 나의 증상을 설명하면서, 하청업자처럼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아무 뜻 없음의 이 聖事.”(84쪽)
“그만 쓰고 싶은데
아무도 말리지 않아서
할 수 없이 그냥 쓰고 있다.”(89쪽)
[ 시인의 말 ]
내 시에 밑줄 긋고
깔깔대는 독자
한 댓 명 있어도 좋겠지
손없는 날
그들과 웃으며 떠들며
소풍 가는 상상
[ 출판사 서평 ]
“박세현은 팬데믹 3년 동안 9권의 저서를 납품하면서 자신의 시적 자산을 여지없이 탕진했다. 시집 ≪갈 데까지 가보는 것≫과 ≪아주 사적인 시≫에서 보여준 풀 스윙이 특히 그러하다.
그는 썼던 시 다시 쓴다는 자기표절과 동어반복의 겹쳐쓰기를 특별한 방법론으로 시를 밀고 갔다. 자신의 시가 독자들의 시선 밖에 있다는 변방의식을 시적 전략으로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외롭게 도달한 그만의 지점이 빛난다. 이번 시집 역시 반성 없는 자기 탕진을 계속하면서 한국시의 트랙을 미련 없이 이탈하는 문체의 스윙을 전시한다.
자기가 쓴 시를 자기가 읽을 수밖에 없는 충만감을 시인은 자급자족주의로 규정한다. 시인적 사유의 불가피한 지경이자 벽이다. 여유 있게 시를 초과하는 화법은 시인만의 별스런 증상이자 갈증이다. 이러한 과정을 경유하며 박세현은 자신의 시를 독특하고도 먼 이 시대의 변방에 세워놓는다.”(이제금, 독립영화 감독)
[ 차례 ]
착불
●
밤비/ 당신/ 金宗三論/ 표절에 대하여/ 그 다음은 더 말하지 말자/ 절/ 들이댄다/ 非番/ 농담 삼아/ 진접/ 살아도 꿈결 죽어도 꿈결/ 비밀/ 어느 초현실주의자에게/ 미안하다/ 나도 당했다
●
말복 이후/ 이제 나는 시를 읽지 않는다/ 자판연습/ 往十里/ 연태고량주 마시는 여름밤/ 시간강사/ 녹번역/ 구월/ 생각/ 하지/ 두 번 다시/ 그 여름의 後記/ 텅 빈 채로/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디카페인 같은/ 비수기의 시/ 시여, 날아보자/ 여름, 여름/ 두 눈 꾹 감고/ 상수리나무에 걸린 시/ 이 한 줄/ 눈앞
●
일단/ 문장도 이사 다니나 봐/ 좀 다른 사람/ 특보/ 그러나, 그렇다/ 노인/ 그게 나다/ 안 써도 그만인 시를 쓰는 사람/ 독자의 침묵/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모자 쓴 사람/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시인의 말
●
좋아요/ 세상의 모든 슬픔/ 러닝타임/ 추분/ 죽은 듯이/ 잊혀진 시인/ 메뚜기도 한철/ 근황/ 기준을 만들지 말자/ 문워크
[시집 뒷말] 당신 같은 늙은이가 아직 대표작이 없다니!
[ 지은이 박세현 ]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음
시문집 26권 납품
[도서명] 自給自足主義者(자급자족주의자)
[지은이] 박세현
[펴낸곳] 경진출판
국판 변형(128×210) / 128쪽 / 값 10,000원
발행일 2022년 12월 05일
ISBN 979-11-92542-09-6 03810
분야: 한국문학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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