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시집
외젠 포티에의 인터내셔널가 변주
표현의 자유를 갖는 대신 가난을 선택한 한 시인의 추억이 담긴 고백 시집
<외젠 포티에의 인터내셔널가 변주>는 시인 이상규 님(전 국립국어원장, 경북대 명예교수)의 여덟 번째 시집이다.
시인 이상규는 “음악성이 모두 사라지고 시적 보행도 사라진 설득하고 설명하려는 반시적 행위를 거침없이 벌이고 있다. 이게 지금의 나의 모습, 곧 ‘표현의 자유를 갖는 대신 가난을 선택한 사람, 시인’ 이상규의 모습이다”라고 마지막을 장식하며, 이 시대의 시인들에 이야기도 거침없이 드러낸다.
시인을 ‘똥 시(屎)’자 시인(屎人)으로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시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해서도 안 된다. 시인학교 3달 교육받고 자비 시집 한 권 묶어내면 문인입네, 모자 삐뚤게 쓰고 세상을 조롱하는 엉터리 시(屎)를 쓰는 시인이 가득 찬 죽은 사회는 똥바다이다, 예술이 똥바단가?
한 세기에 한 명이 나타날까 말까? 철학과 역사 그리고 인간의 가치를 고양하는 선지자의 탄생을 기대한다. 똥바다를 청정한 물이 고인 깊은 샘으로 만들어 외로운 돛배 타고 유유히 자유를 낚아 올리는 가난한 시인이 이 나라의 문단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비통한 은유가 깊은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이끼 낀 샘에 하늘이 일렁거린다. 시인의 슬픔이 푸른 샘물 빛이다. 시인은 늦게 도착한 편지처럼 늘 쓸쓸한 모습으로 푸른 샘물처럼 맑은 물을 길어 올리는 은유의 노동자이다.”
또 시인은 AI가 지어내는 시가 인간이 지어내는 시보다 훌륭한 기이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이젠 시를 기계가 음악성을 감성 라벨링으로 부착한 데이터를 구축한다. 숱한 시들을 딥 러닝을 한 기계가 괜찮은 음악을 배경으로 시를 낭송해주는 곧 읽는 문학에서 듣는 문학으로 시문학의 환경이 전환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인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사회가 고급스러움을 보여주는 사회로 변했는가? 아니다. 시인들이 어쩌면 더 이기적이고 사회에 대한 이념적 비판을 앞장서서 외치는 프로파겐다가 되고 있다. 참 고약한 시대, 시인이 그리고 시가 어떤 처신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시인의 고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시집은 지금까지 시인이 말한 시론과는 사뭇 이탈된 표현의 자유를 갖는 대신 가난을 선택한 한 시인의 추억이 담긴, 고백을 담아낸 시집이다.
[ 책 속으로 ]
관을 들었다
죽은 자의 몸무게를
산 사람 여섯 명이 나누었다
바람이 불고 담배연기는 빨리 사라졌다
졸업을 한 뒤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었다
사랑도 섹스도 간신히 쌓아올린
레고 하나에 하나를 더 보태는
아슬아슬한 황홀이었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살아 온 날과 살아 갈 날이 저절로 쪼개져
나누어졌다
남은 반쪽은 나에게 있는지
그마저도 내 것이 아닌지 궁금해졌다
떨어지는 칼날이 발등을 찍었다
구름은 마침 엉겨서 비를 뿌리고
좀 퇴폐적으로 살고 싶었지만
늙어 죽은 자의 몸무게를 가늠해보면
마음이 무거웠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지 참 오래되었다
나는 화장장의 검은 연기로 흩어지는
발자국을 멀리 따라 갔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명제 하나로 귀결될 때
마음이 시렸다
(…후략…)
―<장례 행렬>(31~34쪽) 중에서
[ 출판사 서평 ]
이 시집은 존재의 탐색 바람이 스치는 자연과 사람의 살갗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유대에 관한 성찰의 울림이다. 언어를 통해 직조해내는 만물 가운데 지극히 왜소한 인간의 지적 오만을 끊임없이 세로로 일어서려는 파도로 그리고 그 역동적 에너지를 가진 바람, 흔적 없는 바람을 노래한 시편이다.
바람처럼 스쳐지나가는 살아 있는 존재들의 몸짓을 위하여 독자들에게 바친다.
[ 차례 ]
시인의 말
01. I YOU
소복, 꽃의 미학 / 지난 봄 모란꽃의 추억 / 순결 / 젊음 / 메꽃 세브린느 / 제비꽃 너 / I YOU / 산당화 / 잔잔한 녹색 물결 바다 / 가을 한복판에 서서 / 가을 / 소쩍새가 일으켜 세운 철쭉꽃 / 장례행렬 / 독도가 떠 있는 바다는 늘 옳다 / 내 안에 소유하고 있는 야만과 순결 / 추락하는 청춘 / 겨울 산길 / 길 / 해동무 / 대설주의보 / 암호를 잃어버린 장마 / 아! 그리운 오탁번 / 벽 1 / 벽 2
02. 와인 잔을 바라보는 시간
바다의 노래는 푸르다 / 겨울 꽃집에서 / 썰물과 밀물 / 와인 잔을 바라보는 시간 / 여우를 예찬한다 / 지금의 사랑이 사랑이다 / 낙화 / 넌 이 세상의 모든 인연들을 / 무당벌레 / 연어 / 낯선 풍경 / 잠자리와 바람
03. 썰물과 밀물
검은역사, 파란역사 / 부재의 존재 / 후여! 오는 봄 내쫓으려 나한전에 달려간다 / 낡아가는 세월 / 설야 / 겨울이 지나면 / 부끄러운 낯빛 / 마이산 / 외로운 날 / 살아야지 / 저승에서 전태일이가 웃었다 /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 봄이 손에 잡히듯 / 점과 선 / 새벽 항구에서 / 주문진
04. 외젠 포티에의 인터네이셔널가 변주
성산포 바다 / 허공에 별이 쏟아져 내려 / 섬 / 김선이 농업 샘 / 실존 / 수학여행 기념 촬영 / 일상 / 포개진 시간 / 지하철 / 매일 떠났다 되돌아오는 사랑 / 눈물 / 사마르칸트 / 선원리 진외가 / 그리운 어머니 / 한글 / 제주4.3평화공원에서 / 이육사 / 여진의 피는 더욱 붉다고 했다 / 이미 닳아서 인연이 다해가고 / 외젠 포티에의 인터내셔널가 변주 / 아름다움 / 산다는 일 / 슬리퍼 신고 외출하고
05. 이상규의 ≪외젠 포티에의 인터내셔널가 변주≫ 시 해석
표현의 자유 대신 가난을 선택한 사람, 시인
[ 지은이 이상규 ]
경북 영천 출생.
1978년 ≪현대시학≫ 추천.
≪종이 나발≫, ≪13월의 시≫ 등 시집 간행.
대한민국문화대상, 황현문학대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이사 역임.
현대문예 문학메카 학술위원장.
전 국립국어원장 역임.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도서명] 외젠 포티에의 인터내셔널가 변주
[지은이] 이상규
[펴낸곳] 예서
46판(128×188) / 164쪽 / 값 15,000원
발행일 2022년 08월 25일
ISBN 979-11-91938-19-7 03810
분야: 문학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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