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무엇인가
시라는 착각
박세현의 산문집 ≪시보다 멀리≫는 두 개의 부로 구성된다. 특히 2부의 인터뷰가 눈길을 끈다. 이 인터뷰는 시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대화형식으로 구성해놓은 글들의 모음이다. 시에 대한 충분한 생각을 펼쳐놓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여러 권의 산문집을 납품한 박세현의 산문적 가치나 특성은 시에 대한 일관된 탐색에 있다. 시인의 산문은 시에 대한 평균적 앎을 의심하고 균열을 내는 데 집중된다. 시란 무엇인가. 시라는 착각. 시를 위해 차려진 제사상(祭祀床)이자 언어의 카니발인 산문집이 납품되었다.
[ 책 속으로 ]
“산문집 원고를 정리하고 나니 빗소리가 들린다.
유월의 초여름 밤비가 소리 내며 온다. 싱싱하다.
새벽 세 시 사십오 분이다.
삶이 그렇듯이 글이라는 게 손대면 손댈수록 덧나버린다.
이 밤에, 이 나이에 무슨 산문을 쓴다고 앉아서
나는 턱없이 덧나고 있느뇨.
나만 아는 쓸쓸한 자책이다.
내가 쓴 글조각이 새벽 빗소리처럼 흩어진다.
빗소리듣기모임의 객원으로 사는 맛이다.
시보다 멀리서 들리는 어린 빗소리에
다물었던 입을 새로 닫는다.”(뒷표지글)
[ 출판사 서평 ]
박세현은 여러 권의 산문집을 인쇄하고 납품했다. 그가 쓰는 산문집은 시에 대한 내지는 자기 시에 대한 각주의 성격을 보유한다. 그는 자신의 시와 산문의 경계를 지우면서 어딘가를 향해 나아간다. 끝이 어딘지를 모르는 끝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산문은 그의 시와 다르지 않다. 이번 산문집 역시 앞에 인쇄한 산문집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그것을 시인은 겹쳐쓰기라고 명명한다. 같지만 같지 않다는 자기 확인이야말로 박세현 문학의 의도적인 한 특징이다. 시에 대한, 시적인 것에 대한, 시의 존재 양태에 대해서 시인은 매우 안티하며 도발적이며 위반적인 생각을, 산문의 전면을 통해 누벼낸다.
“내가 쓴 산문은 동네 만두가게 여주인의 성실성에 못 미치고 손맛도 없는 편이다. 부족하다고 썼다가 삭제했다. 겸손을 수정하기로 했다. 졸다가 손님 맞는 뒷골목 문구점 주인의 영업 방식이 나를 대신해 들키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손님의 요구와는 상관없는 물건을 들이미는 것. 한번 써보세요. 잡표지만 가성비 좋을 겁니다. 나는 참 뻔뻔하다. 또 책을 내다니. 돌아서서 그 소리를 해주실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도 글작가의 한 가지 의무라고 생각한다.”(뒷날개글에서)
[ 차례 ]
서문 비슷한 글
<1부 시작 노트>
난해한 사랑
내 짧은 손가락이여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사람
슬프다
시작 노트 1
다행스러운 일
조용한 남자
쉐도우 복싱
루이 암스트롱
창고
김수영으로 돌아가자
한순간의 꿈
리셋
읽을 시가 없어
문구점 여자
시작 노트 2
전화
슈퍼
독자 모독
시작 노트 3
시론
재로 남은 시
저항의 반복
시작 노트 4
책방
잠결에 생각난 것
다들 어디 있는지
나름으로 생각하기
비공식적
산책 초록(抄錄)
당신은 지금 어디 있는가
시집 보내지 마세요
모월 모일
지명수배
덜 지나간 일들
세월이여
이루어질 수 없는
박세현과의 인터뷰 대본
한입에 먹기 좋은 조각문장
1928년
산들바람이여, 감사합니다
교만이면서 편견인
시작 노트 5
그대 아직도 놀고 있는가
시작 노트 6
시작 노트 7
시작 노트 8
E형에게
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
봄날 메모
<2부 인터뷰들>
시에 대해 말하지만 시는 아닌
영혼의 빈 구멍
쓰는 척 하면서 쓴다
내가 니 에미다
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짧은 자작 인터뷰
시인의 사생활
혼자 추는 이인무
≪본의 아니게≫를 펴낸 후
법사와의 대화
각주와 한단
근황
감사의 말
[ 지은이 박세현 ]
강릉에서 태어났다.
빗소리듣기모임 객원으로 살고 있다.
[도서명] 시보다 멀리
[지은이] 박세현
[펴낸곳] 예서
변형 국판(128×210) / 396쪽 / 값 20,000원
발행일 2022년 09월 01일
ISBN 979-11-91938-20-3 03810
분야: 문학 > 수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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