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소설 ‘페루에 가실래요?’
‘페루에 가실래요?’(박세현 산문소설, 2021.06.30, 예서 발행)
12권의 시집과 7권의 산문집을 인쇄한 시인 박세현이 쓴 산문소설이다. 이 소설은(혹은 소설로 규정될 여지가 있다면) 시인의 산문에 픽션이 피처링된 형태의 글이다. 내레이터인 시인이 고향 바닷가에서 자신의 분신인 시인과 만나면서 일상은 계속 비논리적으로 펼쳐진다. 의문의 여자가 등장해 시인을 비난하기도 하고, 항구 주변에서 카페 ‘페루’를 운영하는 주인과 서빙하는 여인도 앞뒤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행적을 보여준다. 시인이자 퇴직교수인 ‘나’는 전철역 통로에서 재고로 남은 자신의 시집을 떨이로 직판하면서 생뚱맞은 현실과 직면한다. 남의 차를 훔쳐 타고 달아나다가 꿈에서 깨어난 뒤 시인은 낯선 여자로부터 페루에 가자는 전화를 받으면서 소설은 끝난다. 120,000자 분량의 에세이 픽션이다.
[ 책 속으로 ]
오늘 아침 트위터에서 본 사진이 머리에 남아 있다.
사진은 구스타프 말러가 행인에게 길을 묻는 장면이다.
말러는 행인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본다.
말러는 잘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에는 ‘구스타프 말러가 길을 묻는다(Gustav Mahler asking for direction)’는 설명이 붙어 있다. 나는 사진 설명을 내 앞으로 쭈욱 당겨서 재작성해 본다.
구스타프 말러가 길을 묻는다.
시인 박세현 씨 동네는 어디입니까?
[ 등장 인물 ]
나(68세): 초현실주의자.
준(68세): 6월에 태어났다고 거짓말하는 남자. 로리 무어의 말을 자기의 말이라고 착각한다. “문학의 유효한 주제는 하나뿐이다. 인생이 당신을 실망시킬 것이라는 사실.”
차이(58세): 홈리스가 꿈인 인류.
정소설가(51세): 조상의 임진왜란 참전수당 지급을 청원하면서 소설가에서 근무한다.
여자(63세 혹은 64세): 문득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파도 같은 인물. 작가도 이 캐릭터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결핍 혹은 욕망.
페루의 주인남, 알바녀: 사람들은 더러 이들의 삶을 흉내낸다.
[ 출판사 서평 ]
이 소설을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거의 소설이 아니라고 하는 편이 옳다. 그런데도 작가는 굳이 산문소설이라는 정체불명의 딱지를 붙였다. 동어반복이자 모순적인 조립이다. 산문에 가까운 소설이거나 소설을 위조한 산문이라는 뜻인가. 소설이 숭상하는 개연성이나 인과성 이론이 무시되고 상당한 작위성이 무책임하게 서술된다. 에세이로도 어설프지만 소설로도 파탄에 가깝다. 소설 속 인물들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든다. 이런 글은 소설일 수가 없다고 책을 덮는 평균적인 독자도 있을 것이다. 에세이와 픽션이 만나 일으키는 잡음은 업계가 합의하고 동의하는 근친상간적 허구를 조롱할 여지도 있다. 뭐, 이런 걸 소설이라고 썼단 말이야? 이렇게 묻는 사람 앞에 작가는 말문을 막으면서 말할지도 모른다. 소설이나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던가요?
[ 차례 ]
스포일러
페루에 가실래요?
작가의 말
[ 지은이 ] 박세현
시인. 1953년생. 강릉교육대학 졸업.
시집 ≪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
산문집 ≪거북이목을 한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는 아침≫
논저 ≪김유정의 소설세계≫
[도서명] 페루에 가실래요?
[지은이] 박세현
[펴낸곳] 예서
46판(128×188) / 248쪽 / 값 12,000원
발행일 2021년 06월 30일
ISBN 979-11-968508-6-9 03810
분야: 인문>문학>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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