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공백 혹은 공백의 꿈
강세환 시인의 신작 시집이 출고되었다. 소소한 일상이 시가 되었고, 시인은 또 소소한 일상을 놓치지 않았다. 시가 무엇보다 감수성과 통찰의 결과라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남들이 보고도 놀친 일상은 일상을 넘어 시가snrk 되었고 마침내 꿈속에서도 꿈 밖에서도 오후 두 시에도 심지어 새벽 세 시에도 시가 되었다. 시가 된 일상과 꿈은 시인이 발견한 것도 있고 시인이 재구성한 것도 있다. 그것도 시인의 열정일 것이고 사유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번 시집은 71편의 시를 몇 개로 나누던 부(部) 없이 퉁치고 나갔다. 그리고 비단 형식뿐만 아니라 시를 읽다 보면 사유의 영역도 어떤 틀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시적 변모라고 할 수 있겠다. 새삼스럽지만 고정관념도 어떤 틀도 과거도 타자도 어떤 지식이라는 것도 결국 벗어나야 하고 부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권말의 작가 인터뷰 ‘꿈의 공백’에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꿈과 공백’을 동시에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시인의 말 ]
시 초고(草稿) 메모하고 또 초고 몇 줄 끄적거려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급하게 휴대폰 메모장에 저장해 두었다. 이번에 그 초고들을 한 편씩 한 편씩 노트북으로 옮겨놓았다. 금세 시가 되었다. 이 작업은 불과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초고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마치 여기 시가 있소! 여기도 시가 있소! 시는 이미 그곳에 있었고 나는 그저 타이핑하기에 바빴다.
이를 테면 지하철에서도 서울 창포원에서도 고모리 카페에서도 오전 일곱 시에도 새벽 세 시에도… 꿈속에서도 꿈 밖에서도 시가 부단히 흐르고 있었다. 나는 시 곁에 있었고 시는 또 내 곁에 있었다. 시와 내가 다정한 커플처럼 이렇게 밀착되었던 적이 또 있었을라나. 농담 같지만 이 일련의 시들을 읽으면서 시보다 먼저 내가 나를 본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또 장주(莊周)의 꿈을 깨울 것인가? 누가 그의 꿈과 꿈 밖의 꿈을 마침내 몰락시킬 것인가? (강세환)
[ 출판사 서평 ]
강세환의 신작 시집은 삶의 한순간이 곧 언어의 한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또 시의 한순간일 것이다. 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도 삶의 한순간이 또 언어의 한순간이며 시의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책상에 앉아서 되는 것도 아니고 시의 장소를 쫓아다닌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꿈을 꾼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꿈을 버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삶과 세상에 대한 고뇌가 지속된 자가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경계일 것이다.
강세환의 이번 시집은 꿈속에서도 꿈 밖에서도 고모리 김종삼 시비가 보이는 카페에서도 서울 창포원 평상에서도 수락산 생선구이 집에서도 출판사 편집실에서도 신경림 시인 영결식장에서도 상계역 뒷골목에서도 TV를 보면서도 수락산에서도 동서울터미널에서도 병원에서도… 마치 속지 않는 자가 떠도는 것처럼 이제 더 이상 어딘가 속지 않기 위해 떠도는 자의 기록 같다. 그 일련의 동선이 시가 되었고 그 일련의 사유가 강세환의 문체가 되었고 비로소 그의 문학이 되었다.
[ 책 속으로 ]
누가 장주의 꿈을 깨울 것인가
이곳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시골 평상 같은 곳에 누우면
별이 마구 쏟아질 것 같은
이곳에 누가 있었다는 걸까?
밤하늘이 밤하늘 같지 않고
어둡지 않고
무섭지 않고
인간의 꿈보다 더 큰 꿈의 세계 같고
태초의 광대한 세계 같고
생명이 막 태어나는 것 같고
울음이 막 터지는 것 같은
이곳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이게 꿈이라면
누가 이 꿈을 깨울 것인가
[ 차례 ]
누가 장주의 꿈을 깨울 것인가/ 미제(未濟)/ 수컷의 운명/ 서울 창포원 1/ 서울 창포원 2/ 서울 창포원 3/ 서울 창포원 4/ 카페에서 1/ 카페에서 2/ 수유천/ 난세/ 이 좋은 사람/ 새벽 세 시/ 세계테마기행/ 꿈속에서/ 선량한 취객/ 고모리 카페 제빵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런 시/ 손끝/ 수락산 생선구이집/ 기억의 끝/ 백지의 유혹/ 신경림을 생각하다/ 독야청청/ 은유의 힘 1/ 은유의 힘 2/ 불면/ 불화/ 시인 추방론/ 7호선 도봉산역 창포원/ 어느 배낭에 대한 소회/ 청색 글씨/ 궁상과 공상 사이/ 처용 변주/ 새벽 세 시의 알리바이 1/ 새벽 세 시의 알리바이 2/ 명절 증후군/ 오천 원/ 안경을 위하여/ 오른손이 한 일을 말하다/ 사랑의 뿌리/ 수어극/ 김민기를 생각하다/ 봄날은 간다/ 나도 이런 TV 하나 갖고 싶다/ 삶의 한순간/ 수락산 귀임봉/ 적막/ 지하철 비상벨을 누르다/ 혼술/ 오후 두 시/ 동서울터미널에서/ 7호선/ 길음역/ 가칭 강원특별자치도 무명시인협회/ 쪽파/ 노래/ 먼 미래/ 상계 백병원/ 밑 빠진 독 같은/ 불타는 지평선 1/ 불타는 지평선 2/ 꿈에 사당3동 마을버스 타고/ 바로 앞의 누군가를 부르듯이/ 불안/ 어제와 오늘 사이에서/ 비밀/ 근황/ 싱글맘/ 낮술 이후
[작가 인터뷰] 꿈의 공백
[ 지은이 강세환 ]
시인.
1988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음.
시집 ≪풍경과 심경≫ 등과 산문집 ≪그래도 시와 정치를 위하여≫ 등이 있음.
[도서명] 누가 장주의 꿈을 깨울 것인가
[지은이] 강세환
[펴낸곳] 경진출판
변형 국판(128×210) / 112쪽 / 값 12,000원
발행일 2025년 06월 20일
ISBN 979-11-93985-77-9 03810
분야: 문학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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