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삶, 예술가로 기억하다: 작곡가 이상근
이상근(李相根, 1922.1.10~2000.11.20)은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곡, 피아노곡, 한국 민속악기 접목곡, 오페라, 칸타타, 가곡, 합창곡 등의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품 100여 편을 남긴 집념과 열정의 작곡가다. 특히 현대음악 양식에 우리 민족의 전통과 고유의 정서를 담아내는 데 진력하여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에 정착한 이래 창작과 교육, 문필활동과 실내악 운동을 폭넓게 전개하였으며, 부산을 기반으로 마산, 대구 등지에서 작곡가 양성과 음악후속세대의 성장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영남지역 음악 전통의 기원을 현제명, 박태준, 김만복에 두고, ‘영남음악계의 파수꾼’을 자임하며 음악의 지역적 연대와 확장을 북돋움으로써 영남악파의 계보를 든든하게 구축하기도 했다. 지역 음악활동의 뜻과 가치를 무겁게 인식하고 이를 한국 음악사회 전체로 확장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이상근 연구는 1993년 부산지역 민족음악학회의 주도로 처음 이루어졌다. 이상근이 평생에 걸쳐 갈무리한 스크랩북 16권과 작곡 노트가 기초자료였다. 이를 바탕으로 음악과 민족을 통해 이상근의 작가ㆍ작품 해적이, 악보, 논문 등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후속 연구를 촉발하였다. 또한 민족음악학회에서는 이상근 사후에도 기념세미나와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이상근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였다. 이상근 연구의 다른 갈래는 진주시의 현양사업이다. 2005년 이상근기념사업회가 조직되었으며, 진주시 문화예술과 주도로 이상근 작품전집 발간, 이상근 국제음악제 개최, 세미나와 학술대회와 같은 다양한 행사를 추진했다.
부산에서 이상근의 삶과 음악 활동에 관한 관심은 대체로 옅은 편이었다. 특히 그의 사후 부산음악사회, 부산대학교 음악학과나 후학들이 현양사업에 뜻을 모으지 못했으며, 부산음악사나 한국음악사에서 이상근의 음악적 위상을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일에도 소홀했다. 2021년 부산문화재단의 부산예술인 아카이빙 사업 ‘부산의 삶, 예술가로 기억하다’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이상근의 음악적 생애를 집대성하고자 했다. 지역인문콘텐츠연구소에서 수행한 연구보고서 한국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음악, 작곡가 이상근은 그의 삶과 음악 활동을 실증적으로 구축한 성과다. 장남 이순우가 소장하고 있는 스크랩북 16권과 악보, 릴테이프와 음반과 아울러 신문과 잡지, 방송자료, 음악 교과서, 한국음악협회와 창악회 작품집, 음악연감을 비롯한 음악도서, 부산지역 음악사료, 경상남도와 부산시의 관찬사료, 중등학교 교지, 대학신문과 교지, 학교사 자료 등을 폭넓게 검토하여 기존 오류를 바로잡은 이상근 해적이(작가, 작품)를 마련할 수 있었다.
친필악보 첫 공개: 이상근 오페라 작곡집 ≪부산성 사람들≫(1985)
이상근 아카이빙은 지역예술사의 가치를 발견하고 온당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 사료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인식하는 계기였다. 이번에 발간하는 이상근 오페라 부산성 사람들(1985)은 처음으로 공개하는 친필악보다. 1986년 초연에서 사용했던 총보를 세상에 내놓는다. 임진왜란 당시 부산진성 전투를 다룬 이 오페라는 지역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역사랑을 일깨운 부산의 문화콘텐츠였다. 이제껏 음악사회나 학계에서 활용한 악보는 1992년 재연 당시 수정한 개정판이었다. 개정판에서는 일부 아리아의 가사 수정과 음역대 조정, 트롬본 추가와 같은 악기 편성의 부분적인 변화를 시도하였다. 작곡가가 마지막으로 교열한 작품을 정본(定本)이라 보는 시각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음악적 변화가 크지 않다 할지라도 작곡 당시 이상근의 내면 풍경과 음악적 태도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초판의 가치를 결코 소홀히 할 수는 없다. 1986년 공연 당시 지휘를 맡았던 이상근의 메모와 마킹이 곳곳에 남아 있어 음악을 이끄는 그의 숨결과 손짓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각별하다. 이런 까닭에 마디수를 잘못 표기한 부분을 더러 발견할 수 있었으나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뒷날 이 악보가 음악사회와 학문공동체의 관심 있는 이들을 이상근이라는 명민한 작곡가가 일구어놓은 짙고 울창한 음악의 숲으로 이끄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 1986년 ≪부산성 사람들≫ 작곡가의 변 ]
오페라라는 서양음악 전통 표현양식을 빌려서 우리 조상들의 생활감정을 현대의 것으로 재조명하기에 애썼다. 물론 한국예술의 특성인 힘, 슬기, 한, 멋 등의 요소를 점철했지만, 전체를 일관하는 특성은 역시 ‘한’이라고 생각한다. 부산 조상들의 한 맺힌 옛이야기를 소재로 부산에 사는 후손들이 작곡하고, 대본을 쓰고, 노래하고, 연주한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창작 시민 오페라라고 불려진다. 말하자면 서울 이외의 한 도시에서 음악적인 총력을 기울여서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창작오페라이기도 하다. 베르칸토 양식으로 연주하기 쉽게 듣기 쉽게 다루었다. 관현악도 간명하게 다루었고 항상 목소리가 표현의 중심이 되게 하였다.
작곡자의 숙원이었던 첫 오페라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부산음악계로서나 개인으로서나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발, 애향 두 분의 영전에 경건한 마음으로 보고드리고 싶다. (이상근)
[ 차례 ]
책을 내면서
작곡자의 변
등장인물
초연 정보
대본
이상근 오페라 작곡집 ≪부산성 사람들≫(1985)
부산성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작곡가 이상근 해적이
작곡가 이상근 작품 죽보기
엮은이 소개
[ 엮은이 소개 ]
엮은이 남영희(南英姬)
부산문화회관에서 20여 년을 일했다. 마에스트로 곽승이 부산시향을 이끌 때 입단하여 리신차오와 알렉산더 아니시모프 시절 기획팀장으로 일하면서 국내외 공연 950여 회를 기획했다. 명예퇴직 후 학문마당에 들어 부산대학교 대학원 예술ㆍ문화와 영상매체 협동과정에서 <해방기 부산음악사 연구>로 예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사와 예술사학, 매체론을 넘나들면서 지역문화예술의 현실에 눈길을 주고 있다. 근대 부산예술사와 관련하여 <해방기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원 지역분관의 설립과 문화 활동>, <해방기 부산지역 음악매체 ≪음악주보≫>,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과 전시음악사회>,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과 영화 <낙동강>> 등의 논문 10여 편을 썼다. ≪우리ㆍ문화예술교육≫(2020), ≪구술로 보는 부산음악의 역사≫(2023) 등을 함께 내기도 했다. 이즈음 부산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부산일보≫ 칼럼 ‘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을 맡아 2년째 매주 글밭을 쟁기질하고 있다.
엮은이 서정아(徐靜雅)
화가의 딸로 태어나 소프라노로 살고 있다. 부산대학교 음악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성악 공부를 다졌다. 귀국 후에는 연주와 교육활동을 병행했다. 2010년 어린이뮤지컬 극단 ‘꿈꾸는 아이’를 창단하여 2021년까지 뮤지컬 19편을 제작했다. 2016년부터 부산대학교 대학원 예술ㆍ문화와 영상매체 협동과정에 들어 2020년 <어린이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연구>로 예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논문으로 <문학텍스트를 활용한 어린이뮤지컬 매체전환 연구: 팀 켈리의 <오즈의 마법나라>를 중심으로>, <금수현의 노래 연구>를 썼으며, ≪구술로 보는 부산음악의 역사≫(2023)를 함께 냈다. 현재 부산대학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엮은이 이순욱(李淳旭)
경남 밀양에서 나서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전체제의 형성과 부산지역 문학사회의 동향>, <백산 안희제의 매체 투쟁과 ≪자력(自力)≫>, <광복기 요산 김정한의 문학 활동 연구 (1)~(2)> 등의 논문이 있다. 낸 책으로 ≪한국 현대시와 웃음시학≫(2004), ≪근대시의 전장≫(2014) 등이 있으며, ≪김정한전집≫ 1~5(2008), ≪피란수도 부산의 문학풍경≫(2018), ≪우리ㆍ문화예술교육≫(2020), ≪지역ㆍ문화예술교육≫(2020), ≪들려주고 싶은 삼랑진 이야기≫(2022), ≪대전문학과 매체의 지정학≫(2022), ≪구술로 보는 부산음악의 역사≫(2023) 등을 함께 내기도 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와 대학원 예술ㆍ문화와 영상매체 협동과정 교수로 일하고 있다.
엮은이 정민경(鄭暋暻)
부산대학교 대학원 예술문화영상학과에서 예술학석사 학위를 받고, 같은 학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연극인 어머니를 따라 극장을 놀이터로 삼으며 자란 까닭에 연극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부산지역 문화현장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하고 있으며, 사상문화원 문화예술PM,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 부산진구 서면축제추진기획단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예술사, 생활문화, 청년문화, 문화예술교육 연구를 수행하면서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관점을 예각화해 왔다.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2020), <금수현의 교육음악극 〈페스탈로찌〉>(2022), <기후소설의 전략: 위기의 조명과 디스토피아의 증언>(2023), <해방기 부산지역 연극사회의 동향>(2023) 등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구술로 보는 부산음악의 역사≫(2023)를 함께 내기도 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이즈음 부산연극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도서명] 부산성 사람들(1985)
[부제명] 이상근 오페라 작곡집
[지은이] 이상근
[기획] (재)부산문화재단
[엮은이] 남영희 서정아 이순욱 정민경
[감수] 이순우
[펴낸곳] 경진출판
변형 국배판(196×270)/ 올칼라/ 296쪽/ 값 50,000원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ISBN 979-11-92542-69-0 93670
분야: 예술> 오페라, 예술> 음악> 전문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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