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서의시 011 박세현 시집
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
[ 책 소개 ]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가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대충 쓴 시를
나는 지지한다.
예컨대
[ 책 속으로 ]
<시 비슷한 것>
나는 그것에 전념하리라
시가 아니라 오로지 시
비슷한 것만이 나의 것이다
바람 불 때마다
다시 태어나리라
이슬비로 가랑비로
정선 구절리 오장폭포로
내 집 앞에 나앉은 거지로
한 푼 줍쇼
<독자 만세>
무슨 소린지 모르고 썼는데
독자가 알아서 읽네
[ 출판사 서평 ]
“‘시는 읽는 장르가 아니라 쓰는 장르’라는 확신을 실천하면서 박세현은 자기 속도로 시를 쓴다.”(차이, 문학평론가)
“박세현은 한국시의 어떤 범주에도 귀속되지 않는 변방이자 동문서답이다.”(이심정, 시인)
박세현은 2020년에 출간한 두 권의 산문집을 통해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피력했다. 산문집의 핵심은 한국시가 너무 질서정연하고 너무 시 같다는 것. 시에 대한 평균적 합의가 격파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기본 생각이다. 산문집에서 몇 문장을 인용하면서 그의 시집을 염탐한다.
*
쓸 수 있는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쓸 수 없는 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맞춤법에 익숙하면 페이스북 시인이 되는 거지.
*
할 게 없으니 시라도 쓴다는 전철 옆자리의 대화를 못 들은 척 흘려 듣는다.
나는 이렇게 모르는 당신들에게 들켜지는구나.
OECD 쪽도 궁금.
*
오타가 시를 낳는다는 시적 진실은 아직 유효한가요?
*
좋은 시인은 부족하지 않다.
*
누군가 내 시를 읽으리라는 고상하고 담대한 착각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
당신도 시인이 될 수 있다.
(단, 수강료만 있다면)
*
노래를 위해 창법을 버리듯이
시를 위해 작시법을 버려야 한다.
누구 말이지?
*
시인이 직업이 되는 순간은 두 가지 경우뿐이다.
하나는 시를 발표하고 정상적이 원고료를 받을 때
그리고 그 저렴함에 새삼스럽게 놀랄 때
*
시집에 왜 해설을 달지 않으세요?
시집에 왜 해설을 달아야 합니까?
앞 문장의 왜와 뒷문장의 왜는 다른가? 같은가?
*
-비 맞은 중 염불하는 소리
누군가 내 시를 대신 쓰는 것 같다
(스님, 화 내지 마세요)
*
자칫하면 시인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
시인 듯 시 아닌 시 같은 시
*
2000년대 이후 시들의 공통 특징이 있다면 시를 너무 잘 쓴다는 사실입니다. 반복해서 말하자면 잘 쓴 시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이렇게 잘 쓸 필요가 있을까요? 나는 반댑니다. 잘 쓴 시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탈문법적이고 비정서법적인 시를 읽고 싶습니다. 수정 이전의 초고만 보고 싶다는 것. 어서 와, 이런 시 처음이지? (산문집 ≪거미는 홀로 노래한다≫ 중에서)
[ 차례 ]
후쿠오카
제1부 나는 날마다 누설될 뿐이다
독자 만세 / 오리무중 역에서 / 장춘에서 쓴 시 / 엽기 / 커피 리필 되나요? / 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 / 경기남부재즈 / 그러나 다시 그러나 / 내 꿈은 / 나는 본다 / 상하이에서 돌아오던 날 /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그 누구도 아니다 / 내가 고맙다 / 빗소리듣기모임 임시 총회 / 괜찮은 사람 / 떠돌이를 위하여
제2부 시 같은 건 안 읽어요
당신 / 이런 날은 말이지요 / 마을버스 / 시창작 강사진 라인업 /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 별일 없는 거 맞지요? / 나는 이렇게 쓴다 / 사랑의 기쁨 / 10번 종점 / 방 하나는 비어 있겠군 / 요즘 페소아를 읽는다며? / 밤 / 쌍문역 밤 열 시 / 빙그레 웃는 일 / 시는 각자의 헛소리 / 시 비슷한 것 / 두 가지 착각 / 불멸의 시 / 오십이야
제3부 마치 살아있다는 듯이
새벽 세 시 / 부서진 바다 앞에서 / 다짐한다 /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 속지 마시오 / 마치 살아있다는 듯이 / 아침에 읽는 소설 / 당신의 이데아 / 내가 그대를 사랑했다면 / 극지 / 인문학적인 밤 / 시집은 얇다 / 수신자 없는 편지 / 그대에게 가는 길 / 눈발 날리는 정도로만 / 꿈 이야기 / 천당 / 폐닭
제4부 추억은 물티슈로 지운다
밤 주막 / 거의 봄 / 내가 전화를 거는 곳 / 잠시 / 차를 따르는 노소설가 앞에서 / 삼척 산불 / 밤 / 그분 아직 살아있나요? / 쓸쓸합디다 / 상관없어요 / 모닝빵 / 아무튼 / 데리다의 가족 / 생생하기를 / 시는 읽고 버리는 것 / 쓸 날이 많지 않다
<인터뷰> 내가 니 에미다
[ 지은이 박세현 ]
시인, 전 대학교수
1953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했으며, 강릉교육대학 및 관동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제1회 문예중앙 신인추천에 <오랑캐꽃을 위하여> 외 9편의 시가 당선되어 공식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했다(신경림, 황동규 추천).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 ≪오늘 문득 나를 바꾸고 싶다≫ ≪길찾기≫ ≪정선아리랑≫ ≪치악산≫ ≪사경을 헤매다≫ ≪본의 아니게≫ ≪헌정≫ ≪아무것도 아닌 남자≫ ≪저기 한 사람≫ ≪여긴 어딥니까?≫ 등의 시집과 ≪설렘≫ ≪시인의 잡담≫ ≪시만 모르는 것≫ ≪오는 비는 올지라도≫ ≪시를 쓰는 일≫ ≪거미는 홀로 노래한다≫ ≪거북이목을 한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는 아침≫ 등의 산문집, 논저 ≪김유정의 소설세계≫가 있다. 상지영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빗소리듣기모임 준회원이다.
[도서명] 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
[지은이] 박세현
[펴낸곳] 예서
변형 국판(128×210) / 112쪽 / 값 10,000원
발행일 2020년 12월 15일
ISBN 979-11-968508-3-8 03810
분야: 문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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