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학교 밖, 교과서 밖의 어린이들에게 주는 조선 아동문학의 별책부록.
새롭게 강조된 지식이 다양하게 편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설움과 가난을 보듬는 섬세한 묘사, 꿈과 의지를 펼치는 각종 서사가 있는 읽기 자료집.
'아동'문학, 아동'문학', 그리고 ≪어린이讀本≫
≪어린이독본≫은 전체 31단원, 총 184쪽으로 구성된 아동문학 선집이다. 몇 편의 논설문과 설명문이 실려 있기는 하지만, 주로 문학 작품들이 다양한 장르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전래동화를 포함한 동화, 동시, 희곡, 기행문, 편지, 심지어는 러시아 독본에서 번역한 글과 흥미를 높이기 위한 수수께끼까지 실려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현재의 초등학생들이 읽을 만한 수준이다.
필자들은 주로 그 당시에 매우 명망 있는 문인 혹은 학자들이었다. 필진들은 주로 문인이거나 어문․역사학자들이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장에는 우리 민족의 시조로 단군을 언급하고 그 기상을 기개 있는 문체로 설명하고 있는 최남선의 글이 실려 있다. 그 다음으로는 복숭아씨의 깜직하고 애달픈 이야기를 수채화처럼 묘사한 주요한의 동화 <봉사씨 이야기>가 있고, 리드미컬한 운율의 동시 <봄바람>은 박팔양의 작품이다. 동화작가로 이름이 있는 양재응의 유니크한 별주부전 개작도 눈길을 끈다. 그밖에 한정동, 이정호, 연성흠 등은 방정환이 창간한 한국 최초의 순수 아동 잡지 ≪어린이≫(1923.3~1934.2)의 단골 필자이기도 하다.
이 당시만 해도 실제 국공립학교에 취학하는 조선인 학생의 수는 미미하였거니와 그들이 사용하는 독본의 유통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국공립학교의 독본과 전근대적 성격이 여전한 민간 독본 모두 대중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제한이 많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벗사의 ≪어린이독본≫은 학습 주체를 어린이로 상정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글들을 모아 엮은 몇 안 되는 책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위인들의 짤막한 전기를 수록하면서도 그들의 어린 시절을 소개하고 있으며, 근대적 지식을 소개하면서도 해당 분야의 지식과 기능의 단편적 전달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서술하고 있다. 근대 전환기 이 땅에 새롭게 열렸던 아동문학의 지평을 확인하는 일은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독본이라는 근대의 창(窓)
일제강점기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지금처럼 책이 넘쳐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읽을 만한 글들을 모아서 엮은 ‘독본(讀本)’이 지식의 다이제스트로 인기를 끌었다.
‘독본’은 일제가 주도한 공교육 제도에서의 공적 교과서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대중들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편찬된 민간 교과서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 근대독본총서 시리즈의 1차분으로 발행된 것은 일제강점기 민간에서 발행된 대표적 독본 세 권이다. 최남선의 ≪時文讀本≫, 새벗사의 ≪어린이讀本≫, 이윤재의 ≪文藝讀本≫은, 대상으로 삼고 있는 독자나 담고 있는 글들의 성격이 서로 달라 이 세 권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당대의 지식, 교양, 문화, 문학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시문독본≫은 1916년에 발간되어 1920년대 내내 베스트셀러의 지위를 차지했던 책이다. 현진건의 <타락자>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은 ≪시문독본≫을 통해 시조(時調)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를 접하게 되며, 이태준도 그의 자전소설 ≪사상의 월야≫에서 문학 수업을 위해 ≪시문독본≫을 독서한 경험이 있음을 고백했다. ≪문예독본≫은 출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권과 하권 모두 4천부를 넘겨서 곧 재판을 출판할 예정이라는 서적 시장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였다.
이 세 권의 독본은 현대의 독자들을 편의를 위해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바꾸었을 뿐, 자료적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고자 원본의 표기를 그대로 살리고 있다. 연구자들이 자료집으로서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하거니와, 각주와 해제가 함께 달려 있어 일제강점기 사람들이 무엇을 읽었을까에 관심을 가졌던 일반 독자의 호기심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세 권의 대표적인 독본에 실려 있는 글들이 여전히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지식과 교훈을 전달할 수 있을 만한 것이라는 점에서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볼 만하다.
[ 엮은이 ] 구자황(具滋晃)
논문 <독본을 통해 본 근대적 텍스트의 형성과 변화>
<최남선의 ≪시문독본≫ 연구>
<근대 독본의 성격과 위상(2)>
<1920년대 독본의 다층성과 근대적 글쓰기>
<근대 독본문화사 연구 서설>
저서 ≪이문구 문학의 전통과 근대≫
≪사고와 표현≫ 1, 2(공저)
≪창조적 사고 개성적 글쓰기≫(공저)
[ 엮은이 ] 문혜윤(文惠允)
논문 <문예독본류와 한글 문체의 형성>
<조선어/한국어 문장론과 문학의 위상>
<국토 여행과 ‘조선시’의 형식>
<‘수필’ 장르의 명칭과 형식의 수립 과정>
저서 ≪문학어의 근대≫
[도서명] 어린이讀本(새벗社 編輯)
[엮은이] 구자황・문혜윤
발행일 2009년 11월 30일
ISBN 978-89-5996-063-7 93810
신국판 / 168쪽 /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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