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문범(文範)의 집적, ≪時文讀本≫
근대 문명의 전환기 무엇을 읽을 것인지, 어떻게 쓸 것인지 대한 지침서
당대 최고 문장가 최남선의 감각과 분별
역사학자이자 문학가인 최남선이 편찬한 책이다. 제목에서 사용된 ‘시문(時文)’이라는 말은 ‘그 시대에 통용되는 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당시에 범람하던 한주국종(漢主國從)의 국한문체를 가감 없이 담겠다는 의미로 ‘시문’이란 말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편찬자인 최남선이 지향하는 ‘시문’, 즉 국어의 어순을 따르되 필요한 단어에서만 한자를 노출하는 국주한종(國主漢從)의 문장을 계몽하고 가르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모범이 되는 문장을 모아 엮어, 독자들에게 가르침을 줄 만한 읽기 자료를 제공하면서 이와 동시에 따라 쓸 만한 문장의 표본을 제시하여 쓰기의 교본이 되게 하려는 의도를 표방하고 있는 책이다.
근대적 문범(文範)을 모은 최초의 책이며, 총독부가 아닌 민간에서 발행된 것이라는 데 의의가 있는 책이다. 민간에서 발행된 일종의 ‘대안(代案) 교과서’였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학교의 학년 등급으로 볼 때 1, 2권은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 3, 4권은 중학교 수준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다. 각 권은 30단원 안팎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정, 지질, 활자 상태 등을 고려해 볼 때, 당시 최고의 인쇄수준을 보여준다. 문학 관련 제재가 적지 않고 창작, 표현, 쓰기와의 친연성이 높게 드러나고 있지만 근대적 의미의 소설은 한 편도 수록되지 않았다. 이는 아직 신문학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만큼의 시기가 아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창작과 표현을 핵심적 자질로 하는 자율적 문학이 당대 교양 범주 안에서 확고한 위상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읽기와 쓰기를 열망하던 독자층은 이 책을 통해 전문적인 문학 수업을 받기 이전에 문체의 기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독본의 생산시스템은 신독자층을 흡수하는 동력으로 작동했다.
1916년 1월 초판 발행 당시 1, 2권만 존재하던 것이 1918년 4월에 개정 증보되어 3, 4권이 보충되었고, 1922년 1, 2, 3, 4권의 ‘정정합편(訂正合編)’이 출간되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금번 총서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1922년 ‘정정합편’을 저본(底本)으로 삼았다. 다만, 초판의 체재와 내용 역시 자료적 가치가 있으므로, 초판의 예언(例言)과 초판 이후 삭제된 총 6편의 글을 책 뒤에 별도로 묶어 두어 자료적 가치를 높였다.
[ 독본이라는 근대의 창(窓) ]
일제강점기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지금처럼 책이 넘쳐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읽을 만한 글들을 모아서 엮은 ‘독본(讀本)’이 지식의 다이제스트로 인기를 끌었다.
‘독본’은 일제가 주도한 공교육 제도에서의 공적 교과서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대중들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편찬된 민간 교과서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 근대독본총서 시리즈의 1차분으로 발행된 것은 일제강점기 민간에서 발행된 대표적 독본 세 권이다. 최남선의 ≪時文讀本≫, 새벗사의 ≪어린이讀本≫, 이윤재의 ≪文藝讀本≫은, 대상으로 삼고 있는 독자나 담고 있는 글들의 성격이 서로 달라 이 세 권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당대의 지식, 교양, 문화, 문학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시문독본≫은 1916년에 발간되어 1920년대 내내 베스트셀러의 지위를 차지했던 책이다. 현진건의 <타락자>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은 ≪시문독본≫을 통해 시조(時調)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를 접하게 되며, 이태준도 그의 자전소설 ≪사상의 월야≫에서 문학 수업을 위해 ≪시문독본≫을 독서한 경험이 있음을 고백했다. ≪문예독본≫은 출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권과 하권 모두 4천부를 넘겨서 곧 재판을 출판할 예정이라는 서적 시장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였다.
이 세 권의 독본은 현대의 독자들을 편의를 위해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바꾸었을 뿐, 자료적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고자 원본의 표기를 그대로 살리고 있다. 연구자들이 자료집으로서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하거니와, 각주와 해제가 함께 달려 있어 일제강점기 사람들이 무엇을 읽었을까에 관심을 가졌던 일반 독자의 호기심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세 권의 대표적인 독본에 실려 있는 글들이 여전히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지식과 교훈을 전달할 수 있을 만한 것이라는 점에서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볼 만하다.
[ 편찬자 ] 최남선(崔南善, 1890~1957)
작가·사학자·출판인. 호는 육당六堂.
신문학운동 및 국학운동의 선구자로서 근대 최초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하였고,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를 설립하여 한글 사전 편찬 및 각종 고전을 국역하는 데 힘썼다. 출판사 신문관新文館을 통해 ≪자조론≫, ≪부활≫ 등을 번역하고, 잡지 ≪소년≫, ≪청춘≫ 등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시대일보≫ 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일제 말기에는 친일행적으로 비난을 받기도하였다. 조선의 역사적·문화적 근원에 대한 관심 속에서 ≪단군론≫, ≪조선역사≫, ≪삼국유사해제≫ 같은 각종 역사서를 펴냈으며, 창작시조집 ≪백팔번뇌≫, 근대 문범서 ≪시문독본≫ 등의 어문학 저서를 남겼다.
[ 엮은이 ] 구자황(具滋晃)
논문 <독본을 통해 본 근대적 텍스트의 형성과 변화>
<최남선의 ≪시문독본≫ 연구>
<근대 독본의 성격과 위상(2)>
<1920년대 독본의 다층성과 근대적 글쓰기>
<근대 독본문화사 연구 서설>
저서 ≪이문구 문학의 전통과 근대≫
≪사고와 표현≫ 1, 2(공저)
≪창조적 사고 개성적 글쓰기≫(공저)
[ 엮은이 ] 문혜윤(文惠允)
논문 <문예독본류와 한글 문체의 형성>
<조선어/한국어 문장론과 문학의 위상>
<국토 여행과 ‘조선시’의 형식>
<‘수필’ 장르의 명칭과 형식의 수립 과정>
저서 ≪문학어의 근대≫
[도서명] 時文讀本(崔南善 撰)
[엮은이] 구자황・문혜윤
발행일 2009년 11월 30일
ISBN 978-89-5996-061-3 93810
신국판 / 252쪽 / 값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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