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죽음 사이에 발 담그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생(生)의 원형질을 찾아가는 젊은이의 절망!
박문구 단편소설집 <안개 사냥>은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가 이순원의 말처럼 “나도 모르게 문학청년 시절로 되돌아가”게 되는 청년 박문구 표 단편소설집 <안개 사냥>에는, 우리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게 하고, 소설 한편 한편마다 펼쳐지는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특유의 긴장감이 이 소설집을 읽는 매력이다. 특히나 “떼술보다 혼술에 집착, 지금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박문구 작가의 소설집을 읽기 시작하면, 왜 이 소설들이 이렇게도 많은 사연을 갖게 되었을까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
우리들 인생 나날살이가 사랑과 죽음 사이에 발 담그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현실과 이상 사이 끝없이 펼쳐지는 방황과 절망, 그리고 엇갈림 속에서 터져 나오는 당신의 한 마디는 무엇이었을까?
적어도 이 책은 단번에 읽지 않고서는 내려놓을 수 없다.
비
죽음과 사랑이 이어지는 삶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운명을 거역하지 않고 그 속에 스며들 수밖에 없는 군상(群像)을 제시하여 강한 페이소스를 남긴다.
주인공 김은 시골 중학교 교사로 부임하여 결혼한 여선생 허재옥을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허재옥의 자살로 끝난다. 김은 사직 후 남으로 내려가 혼자 살면서 소설을 쓰지만 꿈에서도 허재옥을 만날 수 없다. 유일하게 남은 단 하나. 허재옥의 쪽지.
‘누구도 손 댈 수 없는 자신만의 삶’을.
구덕포 가는 길
집을 버리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대학 1학년 주인공. 주정뱅이 아버지와 새엄마를 머릿속에서 지우지만 혼자 집에서 고생하는 동생을 구하려는 주인공의 간절함이 구덕포를 찾아가는 어둠 속에서 잘 나타나 있다.
주인공은 밤늦게 해운대에 도착하고 한밤중에 동생이 있는 구덕포로 걸어가지만, 무의식 속에서 집을 거부하는 또 다른 주인공의 자아가 밤의 정령으로 나타나 발길을 붙잡는다. 결국 주인공은 집을 찾지 못하고 빗속에서 정령의 세계 속에 무릎 꿇는다.
겨울 바다는 우리 곁에
작은 어촌을 배경으로 신고의 삶을 살아가는 어부들의 모습과 그 속에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죽음의 세계를 그렸다.
대학생 성호는 선배의 죽음을 듣고 고향으로 와서 친구들과 마음속의 애인을 만나 그동안 마을에서 있었던 사건을 듣는다. 선배의 불행한 죽음과 그 선배 애인과 시동생 간의 엇갈린 사랑, 그 사이에 끼어든 또 다른 사내. 결국 시동생의 죽음과, 같은 시간대에 주인공 성호의 사랑이 완성되는 아이러니.
안개 사냥
대기업에서 아웃 당한 오십대 초반의 주인공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재기의 힘을 얻고자 남녘 시골에 잠시 거주한다. 이 마을은 조석(朝夕)으로 안개가 짙다. 안개는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주인공의 내면.
이곳에서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사십대 여인을 안개 속에서 우연히 만난다. 삶의 주체적 동기를 잃어버린 두 사람은 급속하게 가까워진다.
하룻밤의 인연을 뒤고 하고 주인공은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떠나는 날 새벽도 역시 자욱한 안개가 쌓였고 주인공은 불확실한 미래로 상징되는 안개를 뚫고 승용차 가속 페달을 밟는다. 승용차는 안개를 빨아들이며 나아간다.
적군(敵軍)
인간의 정당한 의식과 그에 상반되는 개인의식의 엇갈림을 옴니버스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평소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현상들을 꼬집어 삶의 한 단면을 통쾌하게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한 심정을 해소한다.
[ 추천의 글 ]
박문구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40년 전 나의 문학청년 시절로 되돌아간다. 장차 소설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던 새해 아침 신문에서 박문구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 소설을 읽었다. 그때 내가 고향의 선배 작가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훗날 내가 어느 자리에서나 그렇게 표현하는 ‘박문구 표의 패기’였다. 그럼에도 나는 이 선배 작가를 작품으로만 대했지 오래도록 만나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30년도 훨씬 더 지난 다음 내 젊은 날의 모범과도 같은 선배 작가를 만났다. 다시 만났을 때에도 이 완숙한 경지에 이른 선배 작가의 작품에서 내가 느낀 것은 ‘박문구 표의 패기’였다. 세월은 쉼 없이 앞으로 흘렀어도 선배의 패기만은 청년 박문구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이 소설집에 실려 있는 모든 소설들이 그러하다. 그는 영원히 늙거나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청년작가 같은 모습이다. 이토록 난숙하면서도 젊은 날의 패기를 흩트리지 않고 그대로 지니고 있다니. 어쩌면 그것이 바로 박문구 소설의 본령인지 모른다.
─이순원(소설가)
[ 목차 ]
비
구덕포 가는 길
겨울 바다는 우리 곁에
안개 사냥
적군(敵軍)
[ 지은이 ] 박문구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고
강릉에서 젊음을 소비했다.
가톨릭관동대학교를 졸업했다.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그 후 강원일보에 중편을 연재했다.
산과 바다를 좋아해서 배낭 하나로 혼자 헤집고 다니다.
떼술보다 혼술에 집착, 지금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단편소설모음집: 환영이 있는 거리
장편소설: 투게더
[도서명] 안개 사냥
[지은이] 박문구
국판 변형(145×200) / 296쪽 / 값 13,000원
발행일 2018년 11월 30일
ISBN 978-89-5996-591-5 03810
[분야] 한국문학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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