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과정 운동, 작문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한국의 글쓰기 교육 분야에서 최초로 사회적 맥락 중심의 작문 교육을 다루고 있는 책이 번역되었다. 버밍엄 앨라배마대학교의 대학원과 학부 과정에서 수사학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브루스 맥코미스키(Bruce McComiskey)가 쓴 『사회 과정 중심 글쓰기: 작문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연구와 교육의 중심을 차지했던 과정 중심 글쓰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과정 개념을 확장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작문 연구에서의 후기 과정 운동’이라 칭한다. 이 후기 과정 운동의 특징은 작문 연구가 텍스트적이고, 수사학적이며, 담론적인 작문의 세 수준을 모두 표현해야 한다고 본다는 데 있다. 텍스트적이든, 수사적이든, 담론적이든 어느 하나의 수준에만 과도하게 관심을 기울이면 글쓰기에 대한 제한적이고 불균형적이며 부정확한 관점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게 되기 때문이다.
발견 학습에 기초한 ‘사회 과정 수사학 탐구’의 가치
그가 이 세 수준의 상호 관련성을 유지하고 각 수준의 균형을 맞추면서 글쓰기를 교육하기 위해 택하는 방법은, 발견 학습에 기초한 ‘사회 과정 수사학 탐구’이다. 이 방법은 문화적 생산, 맥락적 배치, 비판적 소비의 순환 과정을 밟으면서 글을 쓰도록 학생들을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그에 의하면 작문 연구는 담론을 생산하는 인지적, 사회적 과정을 광범위하게 탐구했지만, 배치와 소비의 과정(그리고 생산, 배치, 소비의 전체적 순환 과정)은 대체로 무시하였다. 저자는 이 과정을 모두 통합하여 글쓰기를 가르칠 때 학생들이 가장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글쓰기 방법론을 구체화하기 위해 저자는 문화 연구와 비판적 담론 분석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이 이론들의 방법론을 총괄한 것이 사회 과정 발견 학습이다. 저자는 학생들이 생산된 텍스트가 생산되는 방식뿐만 아니라 배치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중시하며, 사회 과정 발견 학습이라는 새로운 탐구 방식은 다양한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서 글쓰기 과정의 방향을 안내한다. 말하자면 학생들은 발견 학습을 통해 사회 과정 수사학 탐구를 해나가면서 텍스트를 문화적 생산, 맥락적 배치, 비판적 소비의 순환 과정 안에서 해독한다. 이를 통해 맥락에 의해 제약되며(배치), 비판적 주체들에 의해 협상되는(소비), 사회적, 구성적 힘으로서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텍스트는 학생들이 학습할 내용이 아니라 비판적 독해를 바탕으로 한 협상의 대상이 된다.
또한 저자는 학생들이 비판적 독해 능력과 협상 능력을 함께 기르도록 하기 위해 학교, 직업, 미디어, 정부 같은 제도 중 학생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담론과 제도를 글쓰기 대상으로 선택한다. 학생들은 발견학습에 기초한 사회 과정 수사학 탐구를 통해 이를 다각도로 검토하면서 그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쓸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인 글을 써서 필요한 곳에 보냄으로써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글이 유통되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 이들의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참여하는 ‘담론적 실천’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글쓰기란 인식하고 행동하는 방법, 세계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사고 자체에 대해 사고할 수 있는 방식’을 가르치는 글쓰기
옮긴이 김미란은 현재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대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문화 연구와 비판적 담론 분석이 한국의 대학 글쓰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모색 중에 맥코미스키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에 따르면 저자는 ‘사고 자체에 대해 사고할 수 있는 방식’을 가르칠 수 있는 글쓰기 교육 모델을 구상하는 데 기여한 미국의 글쓰기 연구자이다.
그녀에 의하면 맥코미스키가 제안하는 사회 과정 수사학 탐구는 한국의 글쓰기 연구자들과 교수자들이 대학 글쓰기의 방법론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금은 린다 플라워 같은 인지주의 작문 이론가들이 사회구성주의 작문 이론가들의 견해를 받아들여 ‘사회-인지적 접근’을 중시하게 되면서 글쓰기 교육에 대한 인지적 접근과 사회적 접근의 날카로운 대립이 해소되기는 하였으나, 담론의 전체적 순환 과정은 인지와 사회를 통합하고자 하는 한국의 글쓰기 교육에서도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
실제로 문화 연구와 비판적 담론 연구의 강점을 수용한 맥코미스키의 방법론은 한국의 대학 글쓰기 교재에서 생략되어 있거나 간과되어 있는 맥락 중심의 학습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한국의 대학 글쓰기 수업에 필요한 주제뿐만 아니라 방법론을 모색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특히 과정 중심 작문 교육 연구에 초점을 맞춘 수사학적 접근법이 지나치게 부각되었던 그간의 한국 글쓰기 연구 관행을 발본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다.
[ 차례 ]
감사의 말
머리말
옮긴이의 말
일러두기
1장 작문의 세 가지 수준
2장 사회 과정 수사학 탐구
3장 작문 연구에서의 후기 과정 운동
4장 동일성과 차이의 아포리아와 후기 근대적 주체의 구성
5장 작문 수업과 비판적 담론 분석
6장 맥락적 글쓰기
[해설] 문화 연구의 활성화가 대학 글쓰기 교육에 미친 영향과 전망
참고문헌
찾아보기
[ 지은이 ] 브루스 맥코미스키
브루스 맥코미스키(Bruce McComiskey)는 버밍엄 앨라배마대학교의 대학원과 학부 과정에서 수사학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어 전공자를 위한 전문 글쓰기 집중강좌와, 비전공자들을 위한 부전공 글쓰기 강좌를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일리노이주립대학교와 퍼듀대학교를 졸업하고, 1994년에 북캐롤라이나에 있는 그린빌로 옮겨 동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수사학과 작문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퍼듀에서 공부하는 동안에는 문화와 글쓰기에 대한 이론적 검토에 집중했으나, 동캐롤라이나에서는 과정 교육과 수업 활동에 대한 자신의 관점에 문화 이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사회 과정 중심 글쓰기: 작문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은 그가 그린빌에서 생활하고 가르치면서 작업한 결과이다. 맥코미스키는 사회 과정 수사학 연구에 전념하면서, 현재는 가르치기와 글쓰기에 연루되어 있는 도시적 맥락에서 버밍엄이 어떻게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탐구 과정에 고유한 요건들을 제공하는지를 연구한다. 글쓰기는 결국 사회 과정이고, ‘장소’는 거기에 사는 사람들만큼 ‘사회’의 일부이다.
[ 옮긴이 ] 김미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김승옥 문학의 개인화 전략과 젠더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0여 년간 연세대학교에서 대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교양필수과목인 글쓰기를 가르쳤고,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대학 글쓰기를 담당하고 있다.
글쓰기 논문으로는 대학 글쓰기의 정체성과 교육 방법을 탐색한 대학의 글쓰기 교육과 장르 선정의 문제, 인문학 연구의 활성화가 대학 글쓰기 교육에 미친 영향과 전망이 있다. 글쓰기와 관련된 저서로는 연세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하면서 어린이 글쓰기에 대해 연구한 성과물들을 모은 어린이 글쓰기의 전략이 있다.
현재는 문화 연구와 비판적 담론 분석이 한국의 대학 글쓰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모색 중이다.
[도서명] 사회 과정 중심 글쓰기: 작문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원서명] Teaching Composition as a Social Process
[지은이] 맥코미스키(Bruce McComiskey)
[옮긴이] 김미란
국판(148×218) / 256쪽 / 값 12,000원
발행일 2012. 06. 25.
ISBN 978-89-5996-150-4 93370
[분야] 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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