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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지역문학총서

지역문학의 이랑과 고랑(지역문학총서 13)

by 양정섭 2021. 2. 26.

지역문학의 굴곡진 역사를 말하다

 

경남·부산지역문학의 굴곡진 역사와 문학의 특성을 크게 네 매듭으로 나누어 엮었다. 첫 번째는 아동문학과 경남지역이다. 여기에는 광복기 아동매체와 경남의 아동문학인들의 활동에 대한 글들로 묶었다. 두 번째는 결핵문학과 마산지역이다. 결핵문학의 산실이라 일컬어지는 마산의 문학전통과 자산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세 번째는 작가와 문학행보이다. 지역문학인들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연구들을 모았다. 네 번째는 문학실천과 현장이다. 지역사회의 문학 동인지와 장소에 대한 글들을 간추렸다. 지역문학에서도 이제껏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아동문학, 결핵문학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장소가 문학에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

 

중앙의 상대적 의미로서의 지방이 아닌 각각의 장소를 평등하게 보고자 하는 ‘지역’이라는 단어와 ‘문학’이 합쳐진 ‘지역문학’이라는 용어 사용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지역문학에 대한 연구는 연구자들에게만 그치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런 때에 열다섯 해 동안 지역문단연구에 몰두했던 저자가 그동안의 글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았다.

누구든 자신이 태어난 고향과 생활하는 삶의 공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학에서 고향을 소재로 한 작품은 셀 수 없이 많고, 여행 또는 일상에서의 장소 경험을 다룬 작품 또한 많다. 도시에서의 삶을 다룬 칙릿 소설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면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지역문학인 것이다. 지역문학은 이러한 장소 경험을 다룬 작품 중 한 지역에 중점을 두어 다룬 작품이며, 지역문학에 대한 관심은 지역사랑과 이어진다. ‘글로벌’이라는 말이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보편화되었지만, 나를 알아야 너를 알고, 나와 너의 관계맺음 속에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지역문학’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이 나온다.

 

 

‘결핵문학’을 논하다

 

이 책은 경삼남도, 특히 마산 지역의 지역문학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저자는 마산의 지리적 요건으로 형성된 ‘결핵요양과 치료의 도시’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문학과 결합시켜 ‘결핵문학’이라 분류하였다. 문학가들에게 시련은 소재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세계관이나 인생관에 영향을 주어 문학적 전환점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결핵과 같이 시대와 사회의 특수성에 얽혀 있는 질병에 대한 경험이 문학가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와 낭만적 감수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자명하다. 결핵이 낭만주의 문학과 깊은 관련이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나도향, 임화, 지하련, 권환, 이영도, 구상, 김상옥, 서정주, 김대규, 김춘수, 김남조, 반야월, 김지하 등 나라잃은시대부터 광복기, 경인전쟁기, 그 이후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인들이 마산에 다녀갔고, 그 경험을 작품으로 남겼다. 그 작품들이 지역적 특수성을 갖는 ‘결핵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결핵문학이 마산의 문학 발전에 기여한 바는 크다. 저자가 마산의 근대문학이 꽃 피울 수 있었던 계기로 결핵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이다.

 

지역문학의 이랑과 고랑(한정호 지음, 경진출판 발행)

 

 

[ 책 속으로 ]

 

이들이 겪는 결핵 체험에는 개인사적인 특성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 작용해 온 것은 ‘질병의 사회사’, 곧 마산지역의 결핵문학사적인 측면이라 하겠다. 따라서 마산의 결핵문학을 공적인 것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를 마산의 근대 장소성과 관련시켜 논의하는 일이다. 아울러 마산의 근대문학은 그 앞자리에 결핵문학을 놓고 볼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산의 문학적 자양은 한갓 추상 체험의 장으로 자리매김되고 말 것이다. (148~149쪽)

 

우리는 장소의 의미를 개별화하고 상징화하는 능력에 힘입어 공간을 공동체 사회나 지역성의 기반으로 삼는다. 그리고 한번 마련된 장소감은 우리의 감수성을 거쳐 거듭 재장소화된다. 이러한 장소감과 그것의 재장소화라는 역동적 과정 속에서 지역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역 이미지나 장소감을 주요 동기로 삼고 있는 문학작품을 통해서 문학 지역주의의 한 양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따라서 이 글은 지역문학 연구의 일환으로 지역시에 나타난 지역 이미지를 찾아보기 위하여 마산의 진산인 ‘두척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 일을 위해서 두척산의 장소 이미지를 자연지리, 역사, 형상, 상징이라는 네 범주로 나누어 살피고자 한다. 그리하여 두척산이 지역시인들의 눈에 어떠한 모습으로 비치고 있으며, 어떠한 의미로 다가서고 있는지를 살피는 데 목표를 둔다. 말하자면 마산지역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형상화에 대한 실천적 연구가 되는 셈이다. (320~322쪽)

 

 

[ 차례 ]

 

하나__아동문학과 경남

광복기 경남・부산지역 아동문학

광복기 남대우・이원수・김원룡의 동시집 연구

김대봉의 동시관과 동시 세계 

신월 서덕출의 삶과 문학 

 

둘__결핵문학과 마산

마산의 결핵문학 연구 

나도향의 「피묻은 편지 몇 쪽」 

임화와 지하련 

『청포도』, 각혈로써 꽃피운 새너토리엄 동인지 

 

셋__작가와 문학행보

권환의 문학행보와 마산살이 

천상병의 초창기 문학살이 연구 

김대봉의 문학살이와 의료 체험 

정진업, 지역문학의 지평을 넘어서 

 

넷__문학실천과 현장

『낭만파』, 꽃 없는 낭만의 계절 

피난지 마산의 동인지 『처녀지(處女地)』

두척산이 지역시 속에 들앉은 모습 

시(詩)로 찾아가는 만어사(萬魚寺) 

 

 

[ 지은이 ] 한정호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한국문학』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엮은책으로 『김상훈 문학 연구』(세종출판사, 2003), 『꽃보다 아름다운 시』(불휘, 2005), 『포백 김대봉 전집』(세종출판사, 2005), 『정진업 전집』(세종출판사, 2006), 『서덕출 전집』(도서출판 경진, 2010)이 있다. 경남대학교 연구교수, 경남지역문학회 회장을 거쳐, 현재 마산문학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다.

 

[도서명] 지역문학의 이랑과 고랑(지역문학총서 13)

[지은이] 한정호

신국판 양장 / 392쪽 / 21,000원

발행일 2011.03.30

ISBN 978-89-5996-107-8 9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