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의 문화를 향유한 사람들의 삶과 삶의 조건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 책 1부는 맥락을 활용한 고소설 읽기 교육 방법을 구안하기 위한 이론적 배경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맥락의 개념적 의미와 소설 독서문화를 구성하는 맥락 요소―‘소설 향유층의 독서 취향(목적), 독서 내용을 결정짓는 사회 제도, 독자층의 문자 해독 능력, 출판‧유통과 관련된 사회 경제적 환경’―를 파악하고 맥락 중심 문학 교육이 학습자의 문화론적 시각 및 문학사적 안목 형성에 효과적임을 밝힌다.
또 맥락에 대한 교육적 접근을 위해 2015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교과서 수록 작품이 각 교과서별로 어떤 학습목표와 학습활동을 제시하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고소설과 관련된 목표는 대부분 텍스트 이해와 감상을 문학사적 전개 과정, 작가·사회·문화·역사적 배경, 상호 텍스트성 등 다양한 맥락과의 연관 속에서 진행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있었다. 또 작품 자체의 분석이나 어구풀이의 단계에서 벗어나 고소설 작품을 사회문화적 맥락과 문학사적 시각에서 해석하고자하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교수-학습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맥락을 연관 지어야 하는지 안내가 없기 때문에, 각각의 학습활동은 개별 지식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또 작품 전문이 수록되지 않아서 개별 작품의 특성을 사회문화적 맥락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학습자가 작품 외적 맥락지식을 활용하여 고소설 작품을 읽을 수 있는 ‘맥락 중심 고소설 읽기’의 실제적 방안이 요구된다.
제2부에서는 맥락 지식으로 활용될 소설 독서문화의 전변 양상을 15∼16세기, 17세기, 18세기, 19세기로 나누어 시대별로 제시하였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 독서문화의 형성기인 15∼16세기 소설의 창작과 향유는 상업적·대중적 성격과는 무관하게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으로 전개되었다. 유교적 지식사회 구축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서적에 대한 이론적 탐독과 민간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지식인들은 새로운 글쓰기를 실험했고, 그 결과 창작된 소설이 ≪금오신화≫, ≪기재기이≫, <수성지>와 같은 작품이다. 한글이 창제되어 사용자가 늘면서 일부 상층 여성에 한해서 조선의 이념 전파와 교화를 목적으로 소설 독서가 전개되었다. <설공찬전>, <오륜전전>의 독서 사례를 통해 잠재된 소설 독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소설 독서문화의 기반이 다져지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대의 작품을 읽을 때는 작가이자 독자인 상층남성문인의 취향, 소설의 주된 갈래와 특성 등에 중점을 두어 작품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전후복구의 시기인 17세기에 들어 조선의 사회는 이전과는 다른 독서 문화적 환경을 조성했다. 상층남성문인이 한문뿐 아니라 국문으로 소설을 창작하고, 여성이 소설 향유의 주체로 등장했다. 17세기 소설 독서는 사회재건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반영하며 전개되었고 와해된 사회 구성원들을 협력 공동체로 인식할 수 있는 매개적 기능을 했다. 전란 이후 혼란의 시대에서 창작 유통된 가정·가문소설은 와해된 사회질서를 회복하고 정서적 공감대 형성을 도모하는 등 공동체적 독서문화를 조성하는데 기여했다. 상층남성문인들은 가문의 부활, 사회질서 회복이라는 욕망을 소설 창작에 반영했다. 이 시기 국문소설의 관심은 ‘사회질서의 재구축’에, 한문소설은 ‘역사적 사건’의 문제에 집중된다. 한문·국문소설 모두 ‘가족 공동체’에 관심을 표출했다.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국문소설은 상층의 관심사를 주로 표현했기 때문에 언어표기의 차이가 작품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를 작가나 독자와 관련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층 문인과 사대부가 여성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소설 독서 문화를 향유하는 한계가 존재했지만 가족단위의 여가문화 공동체가 소설을 중심으로 나타났으며 소설 유통의 장(場)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17세기 작품을 교육할 때는 국문소설과 여성독자의 등장, 전란의 사회적 의미와 전후복구과정에서 나타난 사회변화에 주목하여 작품을 이해해야 한다.
18세기는 민간 출판이 성행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하면서 소비 지향적 여가문화가 소설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었다. 소설 독서 문화의 중심 세력은 신흥 부르주아 계층인 중인과 여성이었다. 이들 소비 지향의 계층을 겨냥하여 가문소설과 창작·역사군담소설, 영웅소설이 창작되었고 세책집과 전기수를 통해 대거 유통되었다. 필사·낭독에 의한 공간 제한적 상업 유통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18세기 소설독서는 대중의 여가문화로 자리했고, 독서문화를 소비하는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한편 상업적·소비적 독서와는 무관하게 상층남성문인들 사이에서도 야담계소설이 창작, 향유되었는데 박지원의 <허생전>, <호질> 등이 대표적이다. 18세기 소설 교육에서는 이러한 소비적·유흥적 도시문화를 고려해야 하며, 특히 언어표기에 따라 작품 내용이나 작가, 독자, 독서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주목하여 작품을 이해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19세기는 소설을 매개로 조선의 독서문화가 상하층으로 공유되고 확산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이르면 대중의 문화향유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소설 창작과 독서에 대한 상층 문인의 참여가 높아졌다. 그 결과 세책소설, 방각소설, 한문장편소설, 판소리계 소설, 세태소설, 우화소설 등 각계각층의 취향과 환경적 조건을 고려한 다양한 유형의 소설이 유통·향유되었다. 야담집의 저술과 한문장편소설의 창작, 세책소설과 특히 인쇄에 의한 방각본 소설의 대량 유통은 19세기에 이르러 상·하층 모두가 문자문화를 향유하는 시대가 전개되었음을 보여준다. 상업자본의 침투가 강해지면서 국문소설에서 통속화 경향이 짙어졌지만 상하층의 문화가 소설독서를 매개로 상호교섭 하는 현상이 나타나 문화적 대중화를 이끌어낸 시기가 19세기라 할 수 있다. 19세기 작품을 교육할 때는 신분제의 붕괴, 비판적 세태 풍자 소설의 등장 배경, 출판·유통 환경 변화에 초점을 두어 지도해야 한다.
소설 독서문화의 전개 과정을 통해 가르쳐야 할 핵심적인 맥락 요소를 추출하면 크게 ‘언어, 작가와 독자, 출판과 유통, 시대와 갈래’가 있다. 제3부에서는 이들 요소를 학습자가 어느 고소설 작품이든 작품 이해에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선행조직자와 맥락 요소로 나누어 읽기의 단계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작품외적 맥락과 관련된 핵심 요소를 뽑아 시각자료로 제시하면, 학습자들이 작품 해석에 관여하는 맥락 요소를 활용하여 배경지식 활성화, 문학사적 지식 학습, 작품 내용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가능해질 수 있다.
또 고소설 읽기의 단계를 6단계―작품을 읽고 줄거리 파악하기-작품 외적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의 작가, 독자, 시대와 갈래 추론하기-시대별 소설 독서문화의 양상과 서사 내용의 관련성 파악하기-전체 주제파악 및 문학사적 의의 파악하기-창조적 재구성을 통해 내면화하기―로 설정하고 이를 맥락 중심 교수-학습 모형과 연관 지어 살폈다. 그렇게 했을 때 고소설 읽기의 6단계 중 2~5단계는 ‘외적맥락 추론하기’의 주된 학습활동이 된다. 교사는 읽기의 각 단계에서 선행조직자나 소설 독서문화의 전변 양상을 작품과 관련짓도록 탐구적 질문을 활용할 수 있다.
작품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관련된 선행조직자나 탐구적 질문을 활용하여 맥락중심 교수-학습을 <이생규장전>, <춘향전> 읽기에 적용한 결과 작품 내용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가능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고소설에 대한 배경지식 활성화, 문학사적 지식 학습, 과거 사회에 대한 문화적 이해에도 효과적임을 밝혔다. 나아가 <춘향전>을 새롭게 창작해 보는 활동을 통해 맥락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현상과 삶의 다양한 모습을 살필 수 있었다.
학습자가 읽어야 할 고소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산물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문화적 관점, 현상과의 유기적 관련 속에 존재한다. 따라서 작품이 창작·유통·향유된 실상을 당대 문화적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개별 작품의 의미가 다채롭게 다가올 뿐 아니라 그것이 향유된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시대별 독서문화의 변화과정에 대한 통시적 이해는 문학사 교육·비평교육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작가가 작품을 쓰지만 그것은 독자에 의해 읽히고 의미가 부여될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학습자가 시대별 소설 독서문화 맥락에 따라 텍스트의 내용이나 소설향유자의 취향, 기회 등이 어떻게 달라지를 살핀다면 과거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현재적 가치가 재구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고소설 교육은 작품이 창작되고 유통·향유된 실상을 당대 문화적 코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 출판사 서평 ]
고소설 교육 장면에서는 재미와 삶의 의미를 경험하는 살아있는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작가의 삶의 연대기, 작품의 갈래, 사회문화적 맥락을 다루지만 그것은 삶의 이야기가 아니라 외워야 할 지식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수업이나 시험을 떠나면 고소설 읽기는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만다. 또한 학생들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읽기나 새로운 의미의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되었다. 고소설 작품을 당대의 소통 맥락 속에서 읽을 수 있는 교육 방안을 고민하며 지은이는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시대적 문화적 소통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그 시대의 문화를 향유한 사람들의 삶과 삶의 조건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 책은 고소설 교육 장면에서 다루는 사회문화적 맥락 지식을 살아있는 문화현상으로 적용하는 구체적 방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품이 창작·유통·향유된 실상을 당대 문화적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개별 작품의 의미를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으며 그것이 향유된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이 책은 고소설 작품 읽기에 도움이 되는 맥락 지식인 조선시대 소설 독서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읽기 단계별로 활용할 수 있는 탐구 질문이나 수업사례를 제시하였다. 또한 시대별 소설 독서문화에 대한 통시적 이해는 학습자의 문학사적 안목 형성 및 비평 교육의 일환이 될 수 있다.
[ 차례 ]
프롤로그
<제1부 소설 독서문화 맥락의 이론적 기초>
제1장 맥락을 활용한 고소설 교육의 필요성
1. 논의의 목적과 필요성
2. 선행 연구들
3. 논의의 방법
제2장 고소설 교육을 위한 소설 독서문화 맥락의 이해
1. 맥락의 의미와 소설 독서문화 구성 맥락
2. 고소설 작품의 교과서 수록 현황과 학습활동 분석
<제2부 맥락지식으로서 소설 독서문화의 전변 양상>
제1장 엘리트 지식인 중심의 15~16세기 소설 독서문화의 형성
1. 유교적 지식사회 구축과 시대적 배경
2. 상층 남성 문인의 한문 소설 향유
3. 개인적 소설 유통
4. 15~16세기 소설 독서문화의 특성과 문학사적 의의
제2장 통합과 공동체 문화로서의 17세기 소설 독서문화의 발전
1. 사회재건과 시대적 배경
2. 여성독자의 등장과 국문소설 향유
3. 소규모 공동체적 소설 유통과 민간 출판의 장(場) 형성
4. 17세기 소설 독서문화의 특성과 문학사적 의의
제3장 소비적 여가 문화로서의 18세기 소설 독서문화의 흥성
1. 도시공간과 시대적 배경
2. 도시민의 여가 문화적・소비적 소설 향유
3. 필사・낭독에 의한 공간 제한적 상업 유통
4. 18세기 소설 독서문화의 특성과 문학사적 의의
제4장 상・하층 문화의 교섭과 19세기 소설 독서문화의 통속화
1. 대중문화의 확산과 시대적 배경
2. 상・하층의 개인 욕망 표출과 재미 추구의 소설 독서
3. 인쇄에 의한 소설의 대량 유통
4. 19세기 소설 독서문화의 특징과 문학사적 의의
<제3부 소설 독서문화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고소설 교육의 실제>
제1장 맥락 중심 고소설 작품 이해의 원리
1. 작품 이해를 위한 선행조직자
2. 맥락 요소를 고려한 고소설 읽기의 단계
제2장 고소설 읽기의 실제
1. <이생규장전> 읽기
2. <춘향전> 읽기
3) 읽기 후: 읽기 과정 점검 및 평가
에필로그
참고문헌
<부록>
1. 2015 개정 교육과정 문학 교과서 단원별 학습 목표에 따른 교과서 학습활동 현황
2. 내적 맥락 추론하기: 사실적 독해 단계에서 활용
3. 내적 맥락 추론 활동 후 내용 정리 활동지
[ 지은이 김미정 ]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고전텍스트를 문화맥락으로 이해하고 현재와 소통하기 위한 교육 방법에 관심을 갖고 연구중이다. 읽는다는 것은 서로 다른 삶의 조건과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며 인간을 이어주는 일임을 교육을 통해 전하고 싶다.
[도서명] 소설 독서문화 맥락을 활용한 고소설 읽기 교육
[총서명] 학술총서 31
[지은이] 김미정
[펴낸곳] 경진출판
신국판(152×224) / 432쪽 / 값 26,000원
발행일 2022년 10월 30일
ISBN 979-11-92542-05-8 93810
분야: 인문>한국문학, 사회과학>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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