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적막하던 달구벌을 울린 메아리
생전에 시집 한 권도 남겨놓지 않고 광복을 눈앞에 둔 어느 날 훌쩍 떠난 이상화 시인, 이 책은 오랜 시간 그를 탐색해 온 이상규 교수(경북대 명예교수)가 이상화의 입장에서 대필한 자서전이다.
필자는 지금은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이지만 다시 그 적막하고 암울했던 1901년 이상화 시인이 태어난 시공간으로 되돌아가 본다.
이 책은 이상화의 문학에만 매달려 그의 삶을 두 토막 혹은 세 토막으로 나누어서 설명해 온 방식에서 벗어나, 이상화의 삶을 지배했던 전반기 문학인의 삶과 1927년 이후 문화예술 사회운동가로서의 기간으로 분절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합한 그의 전 생애를 판독해 내려고 노력하였다.
필자 이상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문학적 성과들이 변했다고 한들 얼마나 변했을까? 그의 전반기 문학의 삶도 퇴폐적인 시기니 계급문학의 시기니 분리시키지 않고 그보다 더 넓고 더 긴 맥락에서 항일이라는 문학적 에콜(école)을 중시하여 하나의 시기로 삼았으며, 이 단락은 그의 삶의 후반기를 장식하는 문화예술 사회운동가로서의 삶과 나란히 함께 배열시키는 것이 더 온당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상화에게 조선은 생명의 꽃이었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짓밟힌 조국은 상처받은 꽃이자 고통의 꽃이고 아픔의 꽃이 되었다. 그 꽃을 되살릴 부활의 동굴과 침실, 빼앗긴 들에서 꽃 피는 봄을 기다리는 여인은 상화와 한 몸을 가진 그의 열망의 분신이다.”
조선 사람들의 삶을 가슴으로 뜨겁게 노래한 항일민족시인 이상화
이상화는 마돈나로 현신하여 부활의 동굴 성모당에서 조국 광복을 호명하고 빼앗긴 들판에 서서 광복의 봄을 촉구한 일제 저항 시인이다. 어두운 일제 식민 시절 가파른 역사의 고된 길을 걸으며 식민 극복과 가난한 식민 조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가슴으로 뜨겁게 노래한 민족시인이다. 이상화는 근대의 끝자락에서 소용돌이치는 현대의 풍광이 나비 날갯짓으로 내려앉을 무렵 달구벌 한복판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1920년대 현대시문학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그는 오직 식민 조선의 광복을 위해 자신을 던져버린 시인이다.
필자 이상규는 이 책의 집필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한 시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의 삶과 문학 유산을 온통 오류투성이로 만들어 놓은 지난 잘못을 바로잡고 싶었던 필자의 열망 때문이었다. 또한 우리나라 학계나 평론계의 자료 처리 방식이 얼마나 부실하고 취약한지를 반성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한 작가의 문학 성과에 대한 평가가 한 시대의 이념적 대치로 포박당하여 왜곡되거나 평론자의 인식의 깊이와 해석의 품격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수도 있다. 문학사에서의 평가나 문학의 독해는 평론가나 독해자의 견해에 따라 굴절되거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편향되기도 하여, 그 결과가 오류투성이의 단면을 드러낼 수도 있다. 문학사뿐만 아니라 역사는 쓰여지는 순간 진실에서 멀어져 허구로 치닫게 된다. 더군다나 이념이 개입되는 순간 진실로부터 더욱 멀어진다. 우리 문학사에서 아마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작가가 이상화 시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1920년대 상화는 문단의 선두에서 서구 문학사조를 수용하면서도 토속적인 화법으로 또 심미적인 은유와 상징으로 자유시 형식을 다양하게 시험한 시인이다. 그의 토속적인 시적 표현으로 인해 후세 사람들의 많은 오독의 흔적이 남기게 되기도 하였다. 이상화의 삶과 문학텍스트에 대한 재해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어쩌면 필자 스스로가 이상화에 대한 굳은 신념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훨씬 더 솔직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 책 또한 그러한 오류를 극복하려는 의지로 쓴 것이지만 그런 오류의 범주를 다시 뛰어넘지 못하리라는 우려도 금할 수 없다.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문학사적 사유를 확장하여 그의 지적인 매력에 한 걸음 다가서고 싶었다.”
새천년 시작 무렵
이상화 고택이 도심개발에 헐려나가게 된다는 보도를 접하며
고택보존운동을 시작한 이상규 교수의 결실 담아
새천년이 시작될 무렵 이상화가 살다간 고택이 도심개발에 헐려나가게 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불연듯이 이상화가 살았던 고택의 보존운동을 통해 일제 저항시인의 숭고한 시 정신을 대구시민에게 알려야겠다고 판단하고 필자 이상규는 “항일민족시인이상화고택보존운동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이상화에 대한 시를 다시 읽고 그의 시의 텍스트에서 식민 지배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문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지 벌써 20여 년이 흘렀다고 한다.
이상화 시인의 현존하는 문학유산 속에서 이미 역사의 무대로 숨어버린 사라진 내면의 언어를 어떻게 보완하여 재구성할 수 있을까? 엄청나게 변해 버린 이 사회의 현실 속에 오래된 지난 시대의 목소리를 어떻게 새롭게 살려낼 수 있을 것인가? 그 동안 많은 연구자들의 글을 읽으며 내가 인식하고 있는 사실과 너무나 다른 그 큰 괴리를 어떻게 매울 수 있을까? 그리고 한 시인의 파란만장한 개인의 역사를 과연 제대로 재구할 수 있을까? 망설여지고 도무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고 이상규 교수는 고백한다.
또한 대학 교단을 떠나 자유롭게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의 깊이로 이해하고 이상화에 대한 지식을 숙성시켜 이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되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항일민족시인이상화고택보존운동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으로 지켜진 대구벌 이상화 고택, 이상화 고택보존운동을 위해 함께 해 준 136분의 명단을 실어 영원한 기록으로 이 책에 남겨둔다.
이상화기념관 학술총서 연이어 출간 예정
이상화의 삶과 문학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달파≫(항일민족시인 이상화의 문학과 삶, 이상화기념관 학술총서 1)에 이어 이상화기념관에서는 학술총서 3권을 연속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먼저 새로 발굴된 이상화와 가족들의 편지를 묶은 새로 발굴한 항일 저항시인 이상화 편지와 자료를 ≪독립운동가 이상정과 일제 저항 민족시인 이상화≫(독립운동가의 기록 앨범)를 이상화기념관 학술총서 2로, 새로 발굴한 이상화의 문학 자료를 증보한 ≪(정본)이상화문학전집≫을 이상화기념관 학술총서 3으로 연속해서 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중국 국민혁명군에 종군하면서 항일 투쟁과 조선 동포를 위해 활동했던 이상정 장군이 1925~1930년 기간 동안 종군 기행과 문학기행을 비롯한 험난한 일제 간첩 혐의로 난징 구치소에 구류되었던 나라를 잃은 디아스포라의 비애와 아픔을 담아낸 ≪중국 국민혁명군 이상정 유고 표박기≫(아름다운 삼천리 정든 내 고향)를 이상화기념관 학술총서 4로 간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대구 근현대 상공 발달사 연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상악과 관련된 많은 자료들은 아직 연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스포츠 발달사에 큰 공로를 세운 이상백 박사의 자료와 편지 그리고 서간 등을 연구 자료로 공개하여 이상화기념관 학술총서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 차례 ]
간행사
책머리에
제1부 달구벌이 낳은 이상화
01 이상화의 삶과 문학, 혹은 자서전
그 적막하던 달구벌을 울린 메아리
글쓰기를 중단한 시절
02 계몽시대의 문을 연, 이상화 집안사람들
대구지역의 민족계몽과 지성의 산실
사설 계몽교육기관 우현서루
상화의 큰아버지 소남 이일우
큰집맏형 상공인 이상악
상화의 아버지 우남 이시우와 어머니 김신자
상화의 네 형제들, 용봉인학
경주 이장가와 밀접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
03 이상화 문학의 현장
이상화 문학의 현장
동산과 청라언덕
상고예술학원의 추억
전국 최초로 세운 달성공원 이상화 시비
조선인이 운영한 백화점 무영당
<나의 침실로>의 배경 현장
‘빼앗긴 들’의 현장
≪별건곤≫ 특집에 실린 <대구행진곡>
예쁜 인형들이 노는 호사스런 동경에서
04 이상화의 문단활동과 동인지
지역과 경성을 연계한 문단 활동
지역문학 동인지의 뿌리 ≪거화≫
김승묵이 창간한 ≪여명≫과 ≪여명문예선집≫
우리나라 최초의 사화집 ≪조선시인선집≫
오일도가 간행한 ≪시원≫
짧았던 ≪백조≫ 동인 활동
시전문지 ≪금성≫ 창간과 고월 이장희의 죽음
≪백조≫ 해체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작두로 자근자근 썰어서 폐간한 ≪개벽≫ 제72호
순수문학을 표방한 ≪조선문단≫과 계급문학을 지향한 ≪문예운동≫
≪별건곤≫과 대구의 노래
제2부 이상화 시인의 저항과 좌절
01 외롭고 쓸쓸한 식민 시대, 시인 이상화
내가 상화를 만난 어느 봄날
02 상화의 대구지역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일제 저항
1919년 대구 3.1독립운동과 상화
중국 이상정 장군을 찾아
1927년 붓을 꺾고 문화예술 사회운동으로
대구경북 신간회 ㄱ당 사건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
‘재일본조선노동총동맹’의 주도자와 연계
신간회 대구지부 출판간사, 근우회 활동 지원
인재양성과 독립운동
‘ㅇ과회’와 문화예술활동
‘대구청년동맹’과 문화예술활동
홍해성 신극운동에 가담하다
제3부 이상화 문학텍스트 읽기
01 <나의 침실로>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조응
이상화 문학, 변화의 시기 구분
이상화의 문학과 사회성의 문제
<나의 침실로>의 수밀도 같은 젖가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부드러운 젖가슴
이상화 시의 시적 실험
계급문학에 대한 인식
02 이상화 문학 읽기의 다양한 왜곡과 오류
상화의 문학텍스트 전모조차 몰라
이상화의 문학텍스트 현황
추모 시집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의 오류
백기만의 ≪상화와 고월≫이 남긴 왜곡
백기만 편, ≪씨 뿌린 사람들≫의 왜곡
일어 번역의 오류와 일제 검열의 문제
이정수의 소설이 김학동의 평전으로 둔갑
이상화 도록에 나타난 오류
상화 시 평론에 드러난 왜곡
이상화 시인의 삶에 대한 기록들의 치명적 오류
03 이상화 시 다시 읽기
상화 시 세계의 일관성
몇 가지 서로 다른 시각
이상화 시에 나타나는 도상성과 양극성
낭만적 저항 <나의 침실로>
상화 시에 나타나는 종교적 의지
좌절의 수사학, <전복>, <역천>의 시적 패러독스
상화 시의 레토릭
이상화 시에서 비유와 상징
이상화의 시 문법과 수사
04 상화시에 나타나는 토속어
문학 작품에 나타나는 방언연구
문학 언어로서 방언
이상화 시집 교열본 텍스트의 오류의 실태
05 이상화 산문에서 보이는 문학정신
이상화의 문학 유산
이상화의 평론
이상화의 창작소설과 번역소설
이상화의 수필 및 기타
시란 가장 산뜻한 생명의 발자욱
이상화의 글쓰기의 지향점
새로 대량 발굴된 편지
06 이상화의 시와 페미니즘
상화를 둘러싼 여성
상화 시에서 여성성과 죽음과 생명
이상화 고택 보존 운동을 되돌아보면서
이상화 시인 고택 보존 결실 <시민의 힘>
이상화 삶의 연보
이상화 작품 연보
참고문헌
[ 지은이 이상규 ]
지은이 이상규는 시인,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울산대와 경북대 교수, 국립국어원장을 역임하였다. 교육부 인문학육성위원, 통일부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 및 동 이사와 대한민국 국회입법고시 출제위원과 이상화고택보존운동 공동대표를 역임하였다. 1979년 ≪현대시학≫ 추천. ≪13월의 시≫(2016, 작가와비평)(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 외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 ≪오래된 불빛≫(2019, 역락)이 있다. ≪이상화시전집≫(2001, 대구문인협회), ≪새롭게 교열한 이상화정본시집≫(2002, 홍익포럼,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이상화문학전집≫(2009,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상화문학전집≫(2015, 경진출판), ≪이상화시의 기억공간≫(2015, 수성문화원), ≪국민혁명군 이상정의 북만주 기행≫(2020, 민속원) 외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대한민국 한류전통문화대상(2014), 한국문학예술상(2015), 매천황현문학대상(2017) 등을 수상하였다. 책 읽는 공간 여수서재의 주인이다.
[도서명]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달파: 항일 민족시인 이상화의 문학과 삶
[시리즈] 이상화기념관 학술총서 1
[지은이] 이상규
[펴낸곳] 경진출판
신국판(152×224) / 564쪽 / 값 38,000원
발행일 2021년 09월 30일
ISBN 978-89-5996-828-2 03810
분야: 인문>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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