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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필

몽골에서 보낸 네 철(기행에세이, 사진에세이)

by 양정섭 2020. 10. 20.

시인 박태일 님이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한 해에 걸쳐 몽골에 머물면서 겪었던 나들이 기록이다. 

1부에서는 몽골에서의 일상을, 2~6부에서는 몽골의 서울 올랑바트르의 근교와 동서남북 먼 지역을 여행한 기록을, 7부에서는 1년간의 생활을 정리하는 글을 실었다.

몽골에서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는 물론 몽골의 각 지역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감상을 시인의 눈으로 쓴 글은 마치 한 편의 긴 산문시를 보는 것과 같은 감흥을 선사한다. 특히나 몽골의 사람과 자연을 꾸밈없이 드러낸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몽골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몽골에 가게 되면 사진 속의 사람들이 손 흔들며 반겨줄 것만 같다.

이제까지 몽골을 다룬 여행기나 정보서가 적지 않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몽골의 사람과 자연, 풍토에 대한 각별한 감격과 추억을 갖가지 사진과 함께 녹여낸 이 책의 자리는 오롯하다. 보다 속속들이 몽골의 속살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즐거운 징검돌이 되리라 기대한다.



몽골의 매력에 빠지다


한국 노선을 그대로 붙인 채 올랑바트르의 시내를 도는 버스, 정해진 노선대로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는 것이 아닌 목적지로 가는 사람을 모으고 나서야 출발하는 버스, 말을 타듯 난폭하게 차를 모는 운전자와 신호등 없이도 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유유히 걸어가는 사람들, 작은 잣을 톡톡 까는 사람들의 모습, 200미터가 넘는 거리에서부터 뛰어와서 짖어대는 유목민 게르의 개, 복을 빌고 걸음길의 안전을 기원하며 세워진 어워, 여름에 제 빛을 발하는 드넓은 초원 등 저자는 낯선 듯하면서도 익숙한 느낌의 몽골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머리말에서 표현한 ‘몽골의 속살’은 바로 이런 모습이리라. 몽골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네 철에 걸쳐 이루어진 몽골 나들이를 기록한 기행에세이


올랑바트르 역내와 둘레 장소, 그리고 올랑바트르를 벗어나 내가 가볼 수 있었던 먼 곳에 대한 개인 경험과 가벼운 여행 정보를 담았다.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큰 행정 구역이 스물한 개에 자치시가 하나인 곳이 몽골이다. 그 스물둘 가운데서 열아홉 곳을 지나쳐온 기록이 이 책에 담긴 셈이다.

글은 몽골의 지역에 따라 나누어 실었다. 올랑바트르에서 겪은 가벼운 나날살이를 다룬 글을 앞세운 뒤, 올랑바트르 안팎 둘레 장소에서부터 몽골의 동서남북 지역 순으로 나아가면서 묶었다. 낱낱 지역 안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철 순에 따랐다. 글을 쓴 순서에는 걸림이 없다. 실린 마흔네 편 가운데서 지면에 발표한 것은 넷이다. 세르게렝 솜의 바위 어머니, 몽골 대학의 한국어 교육, 몽골에서 보낸 네 철, 올랑바트르의 헌책방이 그들. 글에 쓰인 몽골어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현지음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런 까닭에 흔히 쓰고 있는 영어식 표기와 다른 데가 적지 않다.





[ 책 속으로 ]


이제 내 앞으로 동몽골 초원이 놓였다.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수흐바트르 아이막 소재지인 바롱우르트까지 191킬로미터, 거기서 동몽골 초원 맨 밑자리, 숱한 화산 오름과 불을 물처럼 능숙하게 다루는 다리강가 사람의 성산 실린벅뜨까지 200킬로미터를 마냥 달려볼 생각이다. 바람과 비, 눈과 구름 말고는 그 무엇도 손대지 않은 몽골의 가슴이며 튼튼한 심장인 동몽골 초원, 나는 그 안으로 와락 몸을 던졌다.

- 「처이발승의 처이발승」 가운데서


자밍우드로 되돌아오는 동안 아이들은 지쳤는지 자기 시작했다. 바트와 이모 그리고 나만 눈을 말똥거렸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사막에는 오가는 차도 없었다. 문득 어떤 새인지 밤새가 한 마리 차 앞창을 치고 달아났다. 마음 저 안쪽까지 부딪친 듯 무거운 울림이었다. 그곳 어딘가가 깨졌다. 검은 슬픔이 번져 나기 시작했다. 그래 사막, 나는 드디어 사막에 이른 것이다.

- 「동쪽사막 달리기, 또는 낙타 눈물」 가운데서



[ 지은이 ] 박태일


1954년 경상남도 합천에서 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쳤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미성년의 강」이 당선하여 시단에 나섰다. 그사이 낸 시집으로 『그리운 주막』(1984), 『가을 악견산』(1989), 『약쑥 개쑥』(1995), 『풀나라』(2002),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2013), 『옥비의 달』(2014)이 있다. 연구서로 『한국 근대시의 공간과 장소』(1999), 『한국 근대문학의 실증과 방법』(2004), 『한국 지역문학의 논리』(2004), 『경남・부산 지역문학 연구 1』(2004), 『유치환과 이원수의 부왜문학』(2014), 비평집으`로 『지역문학 비평의 이상과 현실』(2014), 『시의 조건, 시인의 조건』(2014)을 냈으며, 산문집에 『몽골에서 보낸 네 철』(2010)과 『새벽빛에 서다』(2010) 그리고 『시는 달린다』(2010)가 있다. 『가려뽑은 경남・부산의 시 1: 두류산에서 낙동강에서』(1997), 『크리스마스 시집』(1999), 『김상훈 시 전집』(2003), 『예술문화와 지역가치』(2004), 『정진업 전집 1 시』(2006), 『허민 전집』(2009), 『무궁화: 근포 조순규 시조 전집』(2013), 『소년소설육인집』(2013)을 엮기도 했다. 김달진문학상(1991), 부산시인협회상(2002), 이주홍문학상(2004), 편운문학상(2014)을 받았고, 현재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에 있다.



도서명: 몽골에서 보낸 네 철: 이별의 별자리는 남쪽으로 흐른다

글·사진: 박태일

국판 양장 / 452쪽 / 칼라 / 18,000원

2010년 5월 15일 발행